[노조에리]Insomnia

2017. 2. 16. 00:20

고요하고 푸르스름한 새벽, 새들이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열심히 자신들의 소리를 내고 있는 중에 어느 한 소녀의 한숨 소리가 크게 방 안을 울렸다. 그 소녀는 팔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다 자신의 이마 위로 올렸다.

 

아, 오늘도 한 숨도 못 잤네. 도대체 며칠째 못 잔거야.

 

에리는 피곤한 눈을 감았다 억지로 뜬 후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마른세수를 한 뒤, 화장실로 들어가 씻기 시작했다. 씻고 난 후의 거울로 본 자신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로 다크써클이 심하게 내려 온 게 보일정도였다. 에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등교 시간이 되기 전까지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오늘 들은 수업들을 예습하기 시작했다. 예습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에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두드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어지러움에 휘청거리는 몸을 벽에 기대 잠시 눈을 감았다 뜬 후 자신의 방문 앞에 서 방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아리사가 서있었고, 아리사는 에리를 보며 걱정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언니, 오늘도 잠 못잤어?”

“으응. 잠이 잘 안오네, 벌써 밥 먹을 시간인가?”

“응, 엄마가 밥 먹으러 나오래.”

 

에리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교과서들을 책가방에 넣은 뒤 눈을 감아 마른 세수를 한 후 한 숨을 내쉬었다.

 

피로하다….

 

감았던 눈을 다시 뜬 에리는 가방을 들고 방문을 나섰다. 그리곤 입맛이 없다며 먼저 학교를 가보겠다 말한 후 현관문을 열어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느 새 학교에 도착한 에리는 가방을 교실에 둔 후 학생회실로 걸음을 옮겨 자신이 해야 할 서류들을 살펴보다 눈이 뻑뻑해졌다는 것이 느껴져 해야 할 일들을 챙겨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그 순간 잠시나마 잠이 오기만을 바랐으나 자신의 바람을 비웃는다는 듯 잠이 오기는커녕 눈만 더 피로해져간다는 것이 느껴진 에리는 감았던 눈을 뜨려 하였으나 눈 위에 따뜻한 열기가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기분좋은 따뜻함에 자신이 바라던 잠이 조금씩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이 많이 피로하나, 에릿치?”

“응…. 조금 피로하네, 그치만 노조미가 눈을 따뜻하게 해줘서 그런지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에리는 자신의 눈 위에 덮인 손을 감싸 내린 후 싱긋 웃고있는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노조미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자신의 심장이 크게 뛰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기분이 묘해진 에리는 눈동자를 굴리다 고개를 들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자신이 해야 할 서류들을 보고 있는 에리를 보다 노조미는 에리를 보던 시선을 돌려 에리가 잡았던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신을 바라보았던 에리의 눈동자가 자신의 눈동자를 피했던 그 순간 노조미는 자신의 심장이 철렁거린 것이 느껴졌다.

 

그저 친구일 뿐인데, 왜 그 순간 심장이 철렁거린걸까.

 

자신의 손에 시선을 계속 둔 노조미는 어느 새 종이 소리가 들리지 않다는 것이 느껴져 자신의 옆에 있던 에리에게 시선을 옮겼다. 자신을 어느 순간부터 보았는지 에리의 파란 눈동자에는 자신이 비춰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주치던 두 눈동자들이 한 사람에 의해 엇갈리기 시작했다. 에리는 자신을 바라보던 노조미의 눈을 피해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말을 걸어도 노조미가 ㄷ, 대답을 안해주길래….”

“아…, 미안. 뭐 물어보았제?”

“아니, 일 다 끝났다구. 그리고 이제 연습할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연습하러 가야하지 않나 싶어서.”

“아, 벌써 그리 되었나. 미안, 미안. 일 혼자만 하게 해서 미안하데이, 에릿치.”

“으응, 아니야.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일이였는걸. 자, 연습하러 가볼까.”

 

노조미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으며 손을 내민 에리가 빛이 난다고 생각이 들었다. 에리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노조미의 시선이 민망해져 내밀었던 손으로 왼 볼을 긁적였다. 에리의 민망하다는 듯한 얼굴을 본 노조미는 자신이 멍하게 에리를 바라보았다는 것을 깨달아 민망해져 자신의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곤 미안하다며 연습하러 가자며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황급히 학생회실을 빠져나갔다. 노조미가 빠져나간 학생회실을 둘러보다 에리는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피로함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피로함을 애써 무시하며 학생회실을 빠져나가 연습실로 걸음을 옮겼다. 에리는 걷는 내내 목 스트레칭을 해주다 자신에게 인사해오는 후배들에게 인사를 해주는 사이 부실에 도착해 옷을 갈아 입고 자신들의 연습하는 공간인 옥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옥상에 다다를 무렵, 에리는 다시 어지러움증이 올라와 벽에 기대며 크게 숨을 들이쉬려 할 때 문득 자신의 손이 덜덜 떨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아까 전 학생회실에서 노조미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들키진 않았을지 걱정을 하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주먹으로 쥐며 떨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짧게 한 숨을 쉬며 옥상 문을 열기 전 자신에게서 시선이 느껴진 에리는 계단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 자리에는 우미가 있었다. 우미는 걱정이 된 얼굴로 에리에게 다가가 에리의 얼굴을 살펴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에리, 요 며칠사이에 잠 못잔거죠?”

“에, 응…. 요즘에 잠이 잘 안와서….”

“에리, 눈이 충혈이 되었어요. 오늘은 제가 다 맡을테니 에리는 이만 쉬세요.”

“그치만 우미는….”

“저는 괜찮습니다. 오늘 새 안무는 배우지 않고 그동안의 안무들을 복습하도록 할테니 에리는 이만 가보도록 하세요.”

 

단호하게 말하는 우미의 모습에 에리는 눈썹 부근을 긁으며 부탁한다 말 한 후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에리!”

 

에리가 아직 계단을 다 내려가기 전,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그 곳엔 우미가 옥상 문을 잡고 에리를 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같은 경우엔, 잠이 안 올 경우 우선 눈 마사지를 한 뒤 명상을 20분 정도 합니다. 그러면 잠이 어느정도는 오더라구요. 에리도, 괜찮으시다면 한 번 해보시는게 좋을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아 고마워, 우미. 오늘 한 번 해보도록 할게.”

“네, 그럼 오늘은 푹 쉬도록 하세요. 멤버들에겐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에리는 웃으며 우미에게 인사를 했다. 우미는 옥상 문을 열며 옥상으로 걸음을 옮겼고, 에리는 마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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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면증이 생긴지 두 달이 된 에리는 이젠 자연스럽게 새벽에 자신의 소리를 내는 새들의 노래들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나 씻기 시작했다. 그리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평소와는 다르게 교과서가 아닌 노트를 꺼낸 후 그동안의 멤버들의 조언들을 적어 내리기 시작했다.

 

「불면증이 생겼던 1주차 때는 우미의 조언대로 명상과 눈 마사지를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음. 2주차 때는 하나요의 조언대로 따뜻한 물이나 우유(나는 코코아를 마심.)를 마셨으나 잠깐 잠이 오려 하였으나 다시 잠이 안왔음. 3주차 때는 니코의 조언대로 안대를 하려 하였으나… 어두운게 더 어두워져서 스탠드를 켜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무서워져서 포기함. 4주차 때는 코토리의 조언대로 ASMR을 들었으나…소용이 없음. 오히려 생각보다 방해가 되어서 잠이 달아날 정도였음. 5주차 때는 마키에게 조언을 받으며 마키의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 받음. 초반엔 효과가 있는 것 같았으나 6주차 때부터는 자다가 중간에 깨기 시작하면서, 지금 불면증이 생긴지 두 달이 된 오늘. 소용이 없다. 어째서, 소용이 없는거지.」

 

에리는 글을 쓰다 펜을 놓은 후 마른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전, 화장실에서 본 자신의 모습은 너무 처참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살은 홀쭉하게 빠졌으며 또한 눈은 더더욱 충혈이 되었고 다크써클은 더 진해졌으며 심장은 계속해서 빨리 뛰었었다. 에리는 또한 예민해져 요즘에 안무 연습할 때 자신이 멤버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더더욱 한 숨이 나왔다.

 

왜 그럴까, 왜 잠을 못자서 멤버들에게 짜증을 내고 그러는 걸까.

 

에리는 마키에게 수면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던 때가 떠올랐다. 마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에리의 얼굴을 살펴보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에리, 잠을 못자기 시작했던 때가 언제야?’

‘음, 아무래도 5주 전부터 갑자기 잠 못자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왜?’

‘그 때부터 불면증 시작이었구나. 흐응, 따뜻한 우유를 마시거나 안대를 써보는건 어때?’

‘아, 그건 이미 해봤는데도 소용이 없어서….’

‘그럼…, 우리 병원에 가서 수면제라도 처방 받는건 어때?’

‘수면제?’

‘응, 나도 잠이 너무 안올 때는 수면제 조금만 먹거든. 그럼 잠에 바로 들 수가 있어서 좋긴 해.’

‘아, 그래야겠다. 고마워, 마키.’

‘근데…,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응?’

‘아빠가 그러는데 잠을 제대로 못자는 건 생각이 많아서 그러는 거랬어. 나 같은 경우에는 잠이 제일 안올 때가 곡 만들 때 어떤 곡을 만들어야할지 생각이 많아서 그러거든. 에리 같은 경우에는 음…, 멤버들 걱정해서 그러는거려나. 아, 노조미 때문이려나.’

‘에? 노조미가 거기서 왜 나오는거야, 마키.’

‘에, 그치만…. 에리, 항상 노조미만 보고 있잖아?’

 

마키의 질문에 에리는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랐다. 에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놓았던 펜을 다시 들어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노조미. 노조미.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조미.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

 

에리는 피로한 눈을 비비며 짧게 한숨을 쉬었다. 친구라는 단어를 쓸 때 왜 멈칫거렸는지 또, 친구라는 단어가 이렇게 마음이 아팠는지에 대해 에리는 이 모든 생각들을 잠시 멈추려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곤 자신의 생각을 비웃는 듯 에리의 머릿속에선 노조미가 떠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노조미, 후배에게 고백을 받고 학생 회실에 오자마자 자신을 차갑게 대하던 노조미, 자신에게 초콜릿을 줄 때 부끄러움을 타던 노조미, 무엇보다 자신이 불면증이었을 때 유일하게 편안해지며 잠이 오던 순간에는 항상 노조미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에리는 감았던 눈을 떠 아까 전 보다 더 빨리 뛰어진 심장이 느껴져 자신의 손을 왼쪽 가슴에 올려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나, 노조미가 정말 좋은가보다. 노조미는 날 그저 좋은 친구라고만 생각할텐데.

 

에리는 좋은 친구라 생각이 들자마자 빨리 뛰던 심장이 천천히 뛰는 것이 느껴져 가슴 부근의 옷을 움켜잡았다. 생각에 잠긴 에리의 뒤에 언제 문을 열었는지 아리사가 에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자신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느껴져 오싹해진 에리는 다급하게 뒤를 돌아보았고 그 곳에는 자신의 동생인 아리사가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에리는 안심을 하려는 순간 자신이 생각 정리하던 공책이 펼쳐져 있던 것이 떠올랐고 또한 펼쳐져있는 장에는 노조미에 대한 이야기가 써져있다는 것이 생각이 나 펼쳐져있던 공책을 다급하게 자신의 책가방에 넣었다. 그리곤 아리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리사,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게… 노크했는데 언니가 답이 없어서 문을 열었던건데…. 미안해, 언니.”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예민하게 물어본 것 같아 미안해진 에리는 찌푸렸던 인상을 풀어 아리사에게 미소를 지었다.

 

“으응, 아니야. 못들은 언니가 미안해.”

“아니야, 언니. 아, 엄마가 밥 먹으랬어.”

“아….”

“언니, 오늘도 입맛 없어서 안먹을거야?”

“으응…, 미안. 입맛이 없네. 오늘도 일찍 가볼게.”

“언니….”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아리사를 뒤로하고 에리는 책가방을 챙겨 방을 나가 거실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엄마에게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한 후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더 일찍 나간 덕분에 새벽 공기와 아침 공기가 섞인 느낌에 에리는 숨을 들이쉬며 학교로 발걸음을 향했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교실에 가방을 둔 후 평소처럼 학생회실로 아랫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곤 학생회실 문을 열기 전, 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분명 노조미는 없을텐데 왜 긴장이 되는걸까. 오늘따라 이상하네.

 

에리는 학생회실 문을 열고 불을 킨 후 자신이 해야 할 서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에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류들을 보았으나 자신이 해야 할 서류가 없어 당황하기 시작했을 때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굳은 채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에릿치.”

 

으악, 귀신인가. 애초에 노조미 목소리인데. 히익, 지금 이 시간이면 아무도 없을 땐데 왜 노조미랑 닮은 목소리인 귀신이 있는거지. 무서워, 무서워, 무섭다구! 불을 켰는데 왜 귀신이 있는거지?

 

겁에 질려있는 에리는 그 자리에 계속해서 서있었고 또 다시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에릿치, 와 안오는기가?”

 

에리는 눈을 바쁘게 굴리며 머릿속에서 바삐 움직이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노조미? 노조미인건가? 노조미가, 왜 여기있는거지?

 

물음표가 가득한 에리의 머릿속에서는 정리가 안되었고 에리는 계속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아 노조미는 에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에리에게 발걸음을 향했다. 에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이 느껴져 자신의 심장이 빨리 뛰는 소리가 상대에게 들릴까 가슴 부근의 옷을 잡고 눈을 감으며 되내이기 시작했다.

 

노조미는 그저 친구일뿐이야. 노조미는 그저 친구다. 친구야. 친구라구.

 

그런 에리의 속은 모른 채 노조미는 어느 새 에리의 뒤에 선 후 손을 에리의 어깨에 올리려다 아랫 입술을 깨문 후 결심했다는 듯 에리의 허리에 팔을 감아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에리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노조미의 행동에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노조미의 말에 안심이 되는 그 순간 왠지 모를 씁쓸함도 느껴졌다.

 

“에릿치가 이 시간에 일찍 오니께 내가 할 일이 없는거레이.”

“아, 미안.”

“아함, 그래서 내가 오늘은 일찍 와서 에릿치 몫까지 했데이. 내, 잘했제?”

 

노조미는 에리의 어깨에 기대던 이마를 들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올렸다. 에리는 노조미의 얼굴이 자신과 가깝게 느껴졌다는 것을 깨달아 얼굴이 붉어지다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생각한 후 자신의 허리를 감싼 노조미의 팔을 풀어 노조미와 거리를 두니 상처받은 노조미의 얼굴이 보여 시선을 다른 곳에 두고 못본 척 하였다. 에리는 잘했다, 고맙다며 말한 후 노조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에리의 행동에 노조미는 아랫 입술을 깨물다 에리의 옆자리인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에리는 노조미가 자신의 일을 해준 덕분에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후 노조미와 아무 말 없이 같이 있는 이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학생회실 안에 있는 시계 소리만 들릴 뿐, 노조미는 자신이 마친 서류들을 다시 보았고 에리는 시계 소리와 종이 소리들을 듣다 조금씩 잠이 쏟아진다는 것이 느껴졌다.

 

수면제 효과가 지금 나타나는걸까….

 

에리는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며 책상에 엎드려 서류를 보고 있는 노조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서류를 보던 노조미는 자신을 바라보는 에리의 시선이 느껴져 에리를 바라보니 어느 순간에 잠들었는지 곤히 잠든 에리의 모습이 보였다.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평소에도 말랐지만 요즘의 에리는 더 말라져간다고 생각이 들었으며 방금 전, 뒤에서 껴안았을 때도 너무 말랐다는게 느껴졌다. 또한 에리의 눈 밑에 있던 다크써클이 더 진해졌음이 보여 노조미는 서류를 잡았던 손을 에리의 얼굴 근처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에서 깰까 조심스러워져 노조미는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다 엄지 손가락으로 에리의 눈 밑을 살살 쓰다듬었다.

 

에릿치는 불면증이 생겨도 왜 내한테 말하지 않았던걸까.

 

노조미는 마키에게서 에리의 불면증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 걱정이 되면서도 자존심이 조금 상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에리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이 어렴풋이 에리의 상태가 안좋았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에리가 말해줄 때까지 기다렸으나 자신에게서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속상하긴 했었지만 자신도 아닌 다른 멤버들에게 조언을 얻고, 또한 수면제까지 처방받았다는 이야기를 마키에게 듣자마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노조미는 잠에서 일찍 깨 학교로 일찍 간 후, 에리가 해야 할 서류들을 자신이 가져가 미리 보기 시작하고 자신이 끝낼 수 있는 서류들은 끝낸 후 에리가 결정해야 할 서류들은 따로 정리해 에리의 상태가 괜찮아질 때 전달해주려 하였다. 그러나, 에리의 상태를 본 노조미는 그 서류들은 다음 날 주기로 생각을 하곤 에리를 그저 자리에 앉게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시계로 옮기니 어느 덧 연습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자 노조미는 잠자고 있던 에리를 살며시 깨우기 시작했다.

 

“에릿치, 일어나레이. 우리 이제 연습하러 가야 된데이.”

“…….”

“에ㅡ릿ㅡ치ㅡ.”

“…….”

 

깊게 잠들었는지 에리는 노조미의 대답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꿈 속을 헤매었고, 노조미는 에리가 곤히 잠든 것을 바라보다 장난기가 생겨 에리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에릿치, 일어나지 않으면 볼에다 뽀뽀할거레이~.”

“…….”

“내는 분명 말했데이~.”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하얀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에리의 눈이 조금씩 떠지면서 노조미의 얼굴과 가까운 거리인 채로 노조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 느껴져 얼굴이 붉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조미는 당황하며 에리를 바라보았고 에리는 입을 오물거리다 노조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꿈 꾼 것 같아.”

“에? 아, 그거는 말이제. 그, 그니까 에릿치가 안일어나가….”

“노조미랑 같이 있었는데, 노조미가…. 아, 아니야. 근데, 내가 언제서부터 잠에 든거야?”

“에, 그게 10분 전이려나….”

“아, 10분 전이구나. 잠…, 오랜만에 잔 것 같아.”

 

에리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노조미를 바라보다 분위기가 묘해진 것 같아 얼른 연습하러 가자며 말을 한 후 먼저 학생회실을 벗어났다. 노조미는 자신에게 미소 지은 에리의 모습에 빛이 느껴졌다는 것을 느낀 후 자신도 에리를 뒤따라 학생회실을 벗어났다. 먼저 부실에 들어간 에리는 자신의 왼쪽 볼을 감싼 후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정도로 노조미가 자신에게 입맞춤을 해준 것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에리는 잠깐이나마 잤었지만 그 짧은 순간에 꿈 속의 내용을 되내였다.

 

노조미랑 나랑 연인이었어. 연인. 같은 침대에서, 같이 잠들고 행복한 연인….

 

에리는 꿈 속의 내용을 되뇌이다 부실의 문소리가 들려 생각을 멈추곤 옷을 갈아 입은 후 연습실인 옥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바삐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움직이곤 아침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 없이 아침 연습을 끝낸 후, 멤버들의 걱정 어린 소리에 괜찮다며 말을 하곤 에리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무엇을 하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시간을 보낸 후 오후 연습이 다가왔다. 그동안의 안무들을 복습하고자 에리는 멤버들의 안무들을 빠르게 보았고 옆에서 우미는 하나, 둘, 셋, 넷 하며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틀렸던 부분에서 계속 틀리는 호노카를 보며 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며 호노카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코우사카! 스텝이 또 틀렸잖아! 이 안무를 몇 십번이나 했는데 아직도 틀리면 어떡해! 정신차려, 코우사카.”

“으응, 미안해. 에리쨩.”

 

호노카의 말에 에리는 고개를 숙여 눈썹 부근을 만진 뒤, 고개를 다시 들어 멤버들을 향해 다시 한 번 더 할 거라는 말을 하였다. 멤버들은 알겠다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우미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잠시 한 숨을 내쉬곤 다시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자, 지금 해보도록 할게요. 하나, 둘, 셋, 넷!”

 

우미가 박자를 맞추고 에리는 다시 멤버들을 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한 사람도 틀리지 않고 안무를 마쳤고, 에리는 수고했다며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자며 말을 한 후 멤버별대로 짝을 지어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고 난 다음 에리는 호노카에게 다가갔다.

 

“저…, 호노카. 아까는 미안해….”

“에, 괜찮아 에리쨩! 아까는 호노카가 스텝이 틀린게 맞았는걸. 호노카가 실수한게 맞으니 괜찮아, 에리쨩.”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호노카의 말에 에리는 관자놀이 부근을 긁적이다 그래도 미안하다 말한 후 멤버들을 먼저 내려 보내곤 벽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러는게 아닌데, 왜 그랬지…. 아침엔 잠깐 괜찮았는데, 역시 오후에는 무리였던걸까.

 

에리의 감은 눈 위로 무언가 따뜻한 손이 느껴져 에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누, 누구세요?”

“내다, 에릿치.”

“아, 노조미.”

 

노조미의 말에 안심한 에리는 미소를 짓다 다시 시무룩해지기 시작했다.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눈에 두었던 손을 머리로 옮겨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에릿치, 괜찮데이. 호노카쨩 보니께 괜찮아 보였데이. 자책 안해도 된데이.”

“그치만…, 호노카에게 소리치고 그런건 잘못했잖아….”

“음, 그래도 안무 틀렸으니 소리친 것도 잘한 방법이레이. 지금 우리는 약간 안일해져가 아는 안무니께 더 실수를 많이 할 수 있데이. 그치만, 에릿치 덕분에 실수도 안하고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지 않나. 오늘 그런건 잘 했구마.”

“고마워, 노조미.”

 

에리는 감았던 눈을 떠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노조미도 같이 웃으며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났는지, 노조미는 에리의 손을 잡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집 가서 자는건 어떻다고 생각하나?”

“에?”

“요즘들어, 계속 혼자 자서 그른지 잠도 안와가 오랜만에 에릿치랑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그러는게 어떨까 싶어서 말이제.”

“아, 그….”

“괜찮제, 에릿치? 올거제?”

 

노조미의 끈질긴 질문에 에리는 못당하겠다며 웃곤 고개를 끄덕였고 노조미는 얼른 옷 갈아입고 가자며 에리의 손을 잡아 계단을 함께 내려가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은 후 학교를 빠져나와 함께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에리는 노조미에게 집 들렸다 간다며 말한 후 먼저 자신의 집에 도착해 갈아입을 옷을 챙기고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수면제를 보며 들고 갈지, 안갈지 아랫입술을 깨물다 결심한 듯 수면제를 챙겨 집을 나섰다. 붉은 노을이 질 무렵, 에리는 하늘이 아닌 땅 밑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 새 노조미의 집까지 도착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걷는 순간 위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 소리가 들리는 쪽을 확인하니 노조미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에릿치ㅡ!”

“아….”

 

에리는 어느 순간 노조미의 집 앞에 도착한 것을 눈치 챘으나 자신이 도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지를 못한 것에 대해 깨달아 표정이 살짝 굳어지다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게 다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어서 오라는 노조미의 손짓에 에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조미의 집으로 들어갔고, 문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니 노조미가 문을 열어주면서 반겨주었다. 노조미는 집에 들어온 에리에게 소파에 앉아있으라 말한 후 부엌으로 가 마실 차와 쿠키를 꺼내 찻잔과 그릇에 세팅을 하곤 쟁반을 들고 가 소파 앞에 있는 작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에리는 소파에 앉자마자 약간의 어색함이 느껴져 눈만 굴리다 노조미가 가져와준 차와 쿠키를 손에 들어 한 입씩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30분가량 있었을 때 노조미가 먼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에릿치, 요새 잠 얼마나 안잤는지 말해줄 수 있나?”

“에?”

“에릿치 얼굴 보믄, 눈 밑에 다크써클도 더 진해졌고 평소에는 괜찮던 아가 갑자기 어지럼증도 생겨서 벽에 기대질 않나 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아나?”

“그치만, 노조미도 잠 요새 못자고 있다고….”

“그거야 당연히 거짓말이제. 그렇게 말 안하믄 안올 것 같아서 그래 말한거구마. 에릿치는 내한테 잠 안오고 있다고 말도 안해주고 다른 멤버들한테는 말해주고! 에릿치에게 내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하나도 모르겠데이.”

“그거야…, 걱정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건데….”

“왜, 왜 내는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말 안해주고 다른 멤버들한테는 말하는긴데.”

“…노조미, 내가 노조미에게 말 안해서 속상했던거야?”

 

에리는 계속해서 물어오는 노조미의 질문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해 눈썹 부근과 관자 놀이를 만져주며 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에리의 행동에 질문을 멈추던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울컥해져 노조미의 눈가에 눈물이 조금씩 맺히면서 아랫입술을 깨물다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속…상하제, 당연히 속상한거 아이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내한테 의지해주는가 싶었는데 그기 아이니까 내를 안좋아하는거라 생각이 드니까 당연히 속상하제.”

 

뜻밖의 고백에 에리는 바닥을 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노조미의 얼굴로 향했다. 그리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울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다 관자 놀이 부근을 누르고 있던 손을 노조미의 눈으로 옮겨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 나를 좋아하고 있다구? 노조미, 다시 한 번 말해줘. 나를 좋아한다고?”

“좋아한다 안캤나, 얼마나 말을 해야 알아 듣는건지 모르겠구마. 그래봤자 어차피 에릿치는 내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얼마나 노조미를 좋아하는데! 내가, 내가 노조미를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한테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건데….”

“에릿치…?”

 

에리의 답변에 노조미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에리의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고 어느 새 에리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오른채로 노조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이야기를 계속 이어져나갔다.

 

“노조미는 나를 그저 좋은 친구로밖에 생각 안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아. 그렇구나, 노조미도 나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걱정 안시키고 싶어서 멤버들한테 물어보고 그랬는데 그게 아, 그렇구나….”

 

에리의 횡설수설한 얘기에 노조미는 눈물을 흘리다가 풋 하고 웃어버렸다. 얼굴이 붉어진채로 에리가 횡설수설하며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다고 느껴진 노조미는 에리의 손을 붙잡곤 입을 열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는 에릿치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했데이. 근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잠을 못잔다고 그라믄 얼마나 걱정이 되는지 아나. 그래서 일이라도 덜 하게 해줘야지 했는데 맨날 일찍 와가 일 다 하질 않나, 그렇게 무리를 하믄 좀 쉬면 좋으련만 그라지도 않고 쉬는 시간 되면 벽에 기대려 갔을 때 비틀거리면서 가는거 몰랐제? 그 모습 볼 때마다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아나. 그리고 내 말고도 니콧치도 모든 멤버들도 다 걱정했데이.‘너무 자기 몸 혹사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모든 멤버들이 다 그래 말했구마. 그래서 오늘 에릿치를 우리 집에 초대한 이유도 조금은 푹 쉬게 해주고 싶어서 그랬던긴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노조미의 말에 당황했었던 에리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노조미의 눈을 마주보며 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유일하게 잠이 몰려오고, 조금이나마 잤었던 때가 노조미와 함께 있을 때였어. 멤버들이 조언해준대로 다 해봤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그 조언들은 어디로 갔는지 노조미와 함께 있고 노조미가 내 옆에 있었을 때, 그 때 그렇게 오지 않던 잠이 조금씩 몰려왔었어. 노조미와 연인이 될 수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에리는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기대 노조미의 얼굴을 계속 바라보았고, 노조미에 의해 마주잡던 손은 소파에 놓게 되고 노조미가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에리는 눈을 살며시 감기 시작했고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 에리의 입을 맞추었다. 짧게 입맞춤이 끝나고 노조미가 에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느 새 잠이 들었는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모습에 한 번 더 다가가 볼에 입맞춤을 한 후 귓속말을 했다.

 

 

 

--------------------------------------------

 

“노조미, 오늘 노조미 집에 가서 자도 돼?”

“아, 응. 오늘 와도 된데이, 에릿치.”

 

그 날 이후로 두 달이 지난 현재, 신발을 갈아신다 문득 생각이 난 에리는 노조미에게 물어보았고 노조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보냈다. 에리는 그 날처럼 집에 들리고 오겠다며 노조미를 먼저 보내곤 집에 도착해 갈아입을 옷을 챙겨 집을 나섰고 붉은 노을이 지고 있는 바깥 풍경을 보면서 걷다 노조미의 집 앞까지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고 반겨주면서 웃어주는 노조미의 얼굴을 보며 에리도 같이 미소를 지으며 노조미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함께 먹고 설거지를 같이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각자 씻고 나오고 머리를 말린 뒤,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곤 침대 위에 누워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요즘도 잠 안와서 수면제 먹고 있나, 에릿치?”

“으응, 아니. 나 그 날 이후로 불면증이 싹 사라져서 수면제도 안먹고 있어. 역시, 노조미의 힘은 대단해.”

 

에리의 말에 노조미는 미소 지으며 에리의 볼을 쓰다듬었고 에리는 노조미에게 가까이 다가가 짧게 입맞춤을 한 뒤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맞아, 나 그 날 아침에 잠깐 잤었는데 신기한 꿈 꿨었어.”

“무신 꿈을 꿨는지 궁금하네~.”

“나랑 노조미가 한 침대에 누워서 연인 같이 이야기 나누고 그랬었어. 그리고 노조미가 볼에 뽀뽀해주기도 했어.”

“아…, 그…. 볼 뽀뽀….”

“되게 신기했다니까? 그 날 꿈처럼 지금 이렇게 연인이 되어서 침대에 누워서 이야기 나누고 그러는거 보면 그 날 꿈이 예지몽이었던 것 같아. 근데, 그 뽀뽀는 진짜 같아서 놀랄정도였다니까.”

 

에리는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했었고 노조미는 얼굴이 붉어지다 생각났다는 듯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 날 저녁에도 잠들지 않았었나, 에릿치. 그 때 되게 행복하다는 듯 미소지으며 웃고있었데이.”

“아, 그 때도 꿈 꿨어. 행복한 꿈이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네…. 근데 그건 기억나, 꿈에서 노조미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줬었어.”

“아…, 그, 그래?”

“응. 진짜 귀여웠어, 꿈에서도 지금 현실에서도 노조미는 참 귀여운 것 같단 말이야.”

 

에리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자 노조미는 얼굴이 붉어지다가 에리의 이야기를 멈추려 에리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입을 맞춘 후 입을 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야기만 할거가?”

 

노조미의 물음에 에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양 옆으로 흔들곤 노조미의 입을 맞추는 것으로 시작해 새로운 밤을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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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cula

2016. 7. 11. 02:35

Dracula


-prologue-

 

자신의 다름을 아는 그 순간은 언제일까. 혈액의 색처럼 빨간색 머리를 가진 소녀는 자신의 다름을 어릴 때부터 인정해오기 시작했다. 그 때는 6살 때, 자신의 친구가 자신에게 화를 내며 욕을 하였을 때 소녀는 표정이 없는 채로 자신의 친구의 머리카락을 잡아 냅다 모래 바닥에 밀쳤다. 자연스레 그 친구는 이마에 상처가 났고, 소녀의 부모님은 원장선생님의 부름에 달려와 사건을 안 뒤 소녀를 호되게 야단을 쳤다. 소녀는 그렇게 성장을 하면서 12살이 되던 해, 자신을 왕따 시키는 아이들이 화장실에서도 괴롭히며 그랬던 때 소녀는 6살 때처럼 표정이 없는 채로 무리의 아이들 중 주동자의 머리를 잡아 화장실 벽에 머리를 찧게 했다. 그 주동자는 벽에 파여 있던 날카로운 곳에 부딪혀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었고, 소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그 행동을 반복하려 하자 그 무리에 있던 애들이 소녀의 팔을 뒤늦게서야 잡으며 소녀의 행동을 제지하였다. 소녀는 그 아이들을 쳐다보았고, 무리의 아이들 중 한 명은 교무실로 달려가 선생님을 불렀는지 화장실 문 밖으로 창백해진 선생님의 얼굴을 발견했다. 소녀는 싱긋 웃었고 선생님은 주동자를 데려가 병원으로 보냈다. 소녀의 부모님은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것을 알아채곤 정신과에 아는 의사에게 보내 검사를 받으니 소녀가 ‘싸이코 패스’라는 결과가 나와 소녀의 부모님은 소녀를 정상인처럼 하게 만들려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자신의 다름을 깨닫곤 다른 사람의 리액션과 표정을 어떻게 할지, 또한 소녀는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려 매일매일을 계산하며 자신의 부모님이 자신을 의심하지 않도록 살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27살이 되던 해. 소녀에서 어느덧 숙녀가 된 아이는 자신의 명패가 있는 사무실을 보며 문 밖을 나섰다.

 

[정형외과 진료의: 니시키노 마키]

 

마키는 오른 손으로 자신의 턱을 괴며 자신의 명패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결국엔, 의사네.

 

마키는 자신의 진료실로 들어가 마우스를 움직여 요즘의 사건들에 대해 보기 시작했다. 매일 하루에 여러 신문을 읽는 것이 오래된 습관인데, 이번 기사는 괴담이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드라큘라는 과연 실제로 존재 하는 것인가.>

 

마키는 흐응. 하며 무표정한 채로 기사를 읽는 중에 자신의 진료실 문 밖으로 노크 소리가 들려 기사를 밑으로 내린 뒤 노크를 한 사람에게 들어오라 말하였다.

 

“아,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오늘 오후에 예약 환자 분이 오신다고 하셔서요. 4시쯤에 오실거라고 전화 주셨어요.”

“아, 고마워요.”

 

간호사는 자신의 말을 끝마친 후 진료실을 나갔고 마키는 현재 몇 시인지 시계를 확인 하였다.

 

흐응, 아직 2시네. 꽤 무료한걸.

 

마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료실 밖으로 나갔고, 진료실 밖의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토죠씨.”

“에, 그치만 다른 환자 분들도 계시는데….”

“저한테는 안오시잖아요. 제 환자 리스트엔 예약 환자 분 이외엔 없던걸요. 아, 저기 소노다 선생님이 고생하고 계시네. 그러니 전 잠시 바람 좀 쐬러 다녀오겠습니다ㅡ.”

 

마키는 자신의 말을 끝마친 후 뒤에서 부르는 토죠의 말을 무시하고 병원을 빠져나와 옥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옥상에 도착한 마키는 핸드폰과 연결된 자신의 이어폰을 꺼내 노래를 틀으며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고 30분쯤 지나서야, 자신을 찾는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네, 니시키노입니다.”

-선생님, 지금 응급상황이에요! 지금 수술하실 의사선생님이 안 계셔서…, 빨리 와주세요!

 

토죠의 말을 듣고 마키는 황급히 내려갔고, 그리고 온 몸에 피가 뒤범벅 되어있는 환자를 발견했다. 마키는 응급처치를 한 후, 긴급 수술이라며 수술실을 예약해 자신의 머리를 질끈 묶었다.

 

마키는 수술복으로 가라 입은 후 뼈가 절단 되어 있는 것을 보자 한숨을 쉬며 접합 수술을 하기 시작했고, 그리곤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야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뒤늦게서야 자신의 예약 환자를 깨달은 마키는 황급히 수술실을 떠났고, 그리고 토죠에게 자신의 환자에 대해 물으니 옆 진료실인 소노다에게 갔다는 사실을 듣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에 돌아가는 밤늦은 시각에, 자신의 뒤를 뒤쫓아오는 발걸음을 느꼈다. 자신의 하이힐 소리에 맞춰 운동화 소리가 들렸고 자신의 하이힐 소리가 멈추면 운동화 소리도 멈췄다. 마키는 자신의 호신 용품이 들어 있는 가방을 앞으로 꺼내자 자신을 따라오던 사람이 자신의 입을 막은 후 조용히 따라오라며 허리에 날카로운 물질을 들이 밀었다. 마키는 두 손을 들어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후미지고 조용한 골목길에 들어가 자신의 가방을 뺏어가는 손을 보았다. 그 손은 마치 며칠 동안 안씻은 손으로 보였고 또한 투박해보여 마키는 뒤를 돌았다. 뒤를 돌자마자 보이는 건 벙거지 모자를 쓰며 얼굴에 수염이 뒤덮인 남자가 보였고 더운 여름날임에도 긴 팔을 입은 모습에 마키는 저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졌다. 남자는 자신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는 마키의 모습에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에 마키에게 칼을 들이밀었고 마키는 그저 웃으며 자신의 바로 발 밑에 있는 한 손에 쥐기엔 조금 크고 뾰족한 돌을 보았다.

 

이걸로 저 새끼를 치는게 나을까.

 

“너, 너! 이 년이 사람을 무시하나! 이 칼 안보여?!”

“잘 듣고 있어. 지갑에 니가 원하는 돈이 있으니 그거 가져가면 그만 아닌가? 왜 자꾸 귀찮게 하려해.”“허, 참. 이 년이 미쳤나, 허어, 여기서 보니 참 반반하네.”

 

남자는 마키를 아래 위로 흘겨 보았으며 마키는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더 찌푸렸다.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뭐? 미친 새끼? 그래, 너 미친 새끼한테 어디 한 번 당해봐라. 때마침 여긴 아무도 오지 않고, 조용하고, 그리고 내가 지금 너한테 존나 꼴렸거든.”

 

남자는 마키에게 칼을 들이밀며 마키에게 다가갔고 마키는 자신의 발 밑에 있던 돌을 들어 남자의 머리를 찍었다. 남자는 이 년이, 하며 더 발광적으로 다가갔고 마키는 한 번 더 남자의 머리를 찍고 그리곤 칼을 가지고 있는 손을 내리 찍었다. 남자는 고함을 지르며 마키에게 달려들며 칼을 든 손을 들었으나 자신의 손은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감각마저도 없어졌다는 사실에 칼을 떨어트리곤 무릎을 꿇은 채로 잘못되었다는 듯 겁먹은 채 자신의 나머지 손이 덜덜덜 떨면서 창백해진 얼굴로 마키에게 빌었다. 그리고 마키는 표정이 없는 채로, 한 번 더 남자의 머리를 내리 찍었다.

 

기절한 남자를 바라보며 분명 쇼크로 인해 뇌출혈이 왔다는 생각이 든 마키는 이걸 어쩐담 하며 고민을 하였고, 오늘 낮에 본 괴담 기사를 생각해냈다. 그리곤 자신의 가방 안에 혹시 모를 채혈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두었던 주사기와 여러 샘플통들을 꺼냈고, 마키는 주사기를 기절한 남자의 목에 꽂아 피를 뽑기 시작했다. 마치 드라큘라에게 피가 빨린 것처럼 주사 바늘을 두 번 정도 번갈아 꽂으며 피를 뽑았고 기절한 남자는 점점 창백해지며 생을 마감하였다. 마키는 남자에게 뽑은 피를 바라보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샘플 통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황급히 자신이 마셨던 물통에 있는 물을 버리며 뽑았던 피들을 물통 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곤 물통에 다 옮긴 뒤 핏기가 없는 남자를 뒤로 한 채 마키는 자신의 짐을 챙겨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처음 해본 살인이었다. 그러나 마키에겐 오히려 재밌는 실험이라 생각이 들어 집 가는 길에 남자에게서 뽑은 피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선 마키는 뽑은 피들의 양이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 몇 몇개는 냉장실에 넣었고 나머지 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하며 서재에 들어간 순간, 자신의 머리색처럼 빨간 만년필이 보였다. 그리곤 마키는 행동이 빨라지면서 잉크통들에 있던 빨간 잉크들을 버리고 남자에게서 뽑은 피들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곤 그 피가 들어가 있는 만년필을 보다, 자신의 수첩에 한 글자씩 적기 시작했다.

 

7월 16일, 가족 만찬 8시.

 

색이 만족하였는지 마키는 미소를 지으며 피가 응고되지 않도록 자신의 서재에 에어컨을 틀어 시원하게 해놓으며 그리곤 컴퓨터를 켜 미니 냉장고와 만년필 잉크통들을 주문했다. 마키는 주문을 다 마치곤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어 와인을 꺼내 와인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피 같네.

 

마키는 다 따른 와인을 다시 냉장고에 넣으며 와인잔을 들곤 베란다로 걸음을 향했다. 언제서부터 인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마키는 와인을 마시며 자신이 처음 살해를 했던 남자를 떠올렸다. 처음엔 수염이 덥수룩하고 냄새가 났으며 긴 팔을 입고 벙거지 모자를 쓴 남자의 투박한 손엔 칼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자는 손목에 골절이 왔으며 분명 두개골에 손상이 가있을 것이며 또한 남자의 피부는 처음 본 것과 달리 핏기 없는 얼굴이었다.

 

비가 내리니, 드라큘라가 딱 나타나기 좋은 날씨네. 거지 새끼, 드라큘라에게 피가 다 뽑혀 죽었네.

 

마키는 피식 웃으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곤 빗방울이 묻어난 베란다 창문을 바라보다 마키는 와인잔을 들고 자신의 서재로 들어갔고, 베란다 밖으로 천둥 번개 소리가 온 집안을 가득 메웠다.

 

며칠 후, 주문 했던 잉크통들과 미니 냉장고가 도착한 후 마키는 자신이 뽑았던 피들을 잉크통에 옮겨 담은 후 미니 냉장고에 하나하나 정렬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자신의 만년필도 그 안에 넣은 후 미니 냉장고를 자신의 책상 아래에 두었다. 그리곤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겨 냉장고 안에 있던 토마토 주스들을 꺼내 다시 서재로 걸음을 옮겨 책상 아래에 있는 미니 냉장고에 넣었고, 냉장고 가득히 피들이 담긴 잉크통과 만년필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토마토 주스들이 있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이거, 재밌네.

 

마키는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서재 뒤에 있던 방을 바라보다 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집 전화를 꺼내 자신의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아빠,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내지. 우리 딸은, 사람이랑 멀리 떨어져 있는 집에서 지내는건 괜찮니? 그냥 병원 근처로 집을 옮기는게 어때?

“아니에요, 여기도 차로 가면 10분이면 충분히 가는걸요. 다름이 아니라 제 서재 뒤에 있는 방을 좀 다르게 만들고 싶어서요.”

-응? 어떻게?

“실험실로 만들 수 있을까요?”

-실험실?

“네. 병원에서 하기엔 보는 눈들이 있어서 맘 편히 연구를 하지 못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서라도 실험을 하고 싶은데, 해도 되나요?”

-아아, 그럼그럼. 물론이고 말고. 우리 딸이 원하는데 당연히 되지. 아빠가 내일 바로 사람 보내주마. 본가는 언제오니?

“어차피 다음 주면 가족 만찬 있잖아요, 그 때 뵈면 되죠.”

-아하하, 그렇구나. 병원 일은 할 만하니?

“아빠도 참, 가끔씩 저 잘하나 보러 오시면서 그건 왜 물으시는거에요. 할 만해요. 다른 의사 분들이랑 간호사 분들도 도와주셔서 좋구요. 그럼 이만 전화 끊을게요.”

-아, 그러려무나. 우리 딸 좋은 밤 되길 바란다.

“네, 아빠도요.”

 

전화를 끊은 마키의 얼굴은 굳은지 오래고 자신의 서재 바로 뒤에 있는 방을 보며 새롭게 변할 장소로 된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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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 허세

2016. 2. 29. 02:39

어느 추운 겨울날, 에리는 차가운 밤 공기를 마시며 신사 앞의 벽에 기대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 입에 문 에리는 신사 쪽으로 눈을 돌렸다. 신사에서 나오는 보랏빛이 나는 연인이 나오자 에리는 벽에 기댔던 자신의 등을 떼곤 자신의 연인에게서 걸음을 향했다. 자신을 향해 놀란 표정을 지은 연인의 얼굴을 본 에리는 씨익 웃으며 연인의 앞에 섰다.

 

“노조미, 꽤 늦게 끝났네.”

“에릿치, 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로 왔나? 아, 아니ㅡ 그것보다, 추웠을텐데 괜찮나?”

“후훗, 노조미를 기다리느라 추운지도 몰랐는 걸.”

 

에리는 자신의 말을 끝마치며 노조미를 향해 한 쪽 눈을 찡긋거렸다. 노조미는 에리의 말에 부끄러워 하며 고개를 숙였고, 에리는 부끄러워하는 노조미가 귀엽다는 듯 자신의 손으로 노조미의 얼굴을 감싸 자신을 바라보게 하였다. 억지로 고개가 들린 노조미는 가까워진 에리의 얼굴에 당황해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니, 에리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노조미의 얼굴을 감쌌던 손으로 노조미의 볼을 꼬집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가씨, 저 좀 쳐다봐주시죠?”

“에?”

 

부끄러운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날린 에리의 말에 노조미는 당황하여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에리는 입 안에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꺼내 마치 담배를 끄는 것처럼 손으로 튕겨 막대사탕을 땅에 버렸다. 에리의 행동에 또 한 번 놀란 노조미는 에리를 쳐다보았고, 에리는 팔을 벌려 노조미를 안았다. 갑작스런 포옹에 노조미는 아까 전과는 달리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릿치가 왜 이러지? 혹시 뭐 잘못 먹었나? 어제는 부끄럼이 그렇게나 많았는데, 오늘은 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 거야.

 

바쁘게 생각하고 있는 노조미를 모르고 있는 에리는 자신의 행동에 만족하며 품에 안은 노조미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오늘 너희 집에서 자고 가도 될까, 노조미?”

 

목소리를 깔아 낮게 말하는 에리의 말에 노조미는 바쁘게 생각하던 것을 멈추고 얼굴과 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였다. 노조미는 에리의 팔에 팔짱을 껴, 자신의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 신사의 계단에는 에리가 버린 막대 사탕만이 바람에 의해 뒹굴고 있었다.

 

자신의 집에 도착한 노조미는 에리를 집으로 들이게 했고, 에리는 자주 찾아온 노조미의 집이었지만 마치 처음이라도 온 것 마냥 집 안 구석 구석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노조미는 에리에게 먼저 씻는다며 말하였고, 에리는 알겠다며 대답하였다.

 

노조미는 흥얼거리며 샤워를 하는 동안 에리는 바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자신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었던 친구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니코!”

-에, 에리. 지금 몇 신 줄 알아? 무려 10시라구, 10시!

“에, 아직 10시잖아…?”

-니코는 피부 재생을 위해 일찍 잔다구.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후훗, 니코. 너 덕분에 노조미가 굉장히 좋아해! 이게 다 니코 덕분이야!”

-에? 노조미가 좋아한다구?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좀 말해봐.

 

그게 어제 니코에게 상담을 했었잖아. 기억해? 그 때…

 

수업이 끝난 후, 에리는 니코를 불렀다. 자신을 부른 에리에 의해 니코는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보았고, 에리는 머뭇거리다 니코의 소매를 잡아 자신들의 연습실인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도착한 에리와 헉헉 거리며 끌려온 니코는 에리에게 신경질 적으로 묻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거야, 에리!’

‘아, 아… 그게….’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 무슨 심각한 고민이 있다는 거잖아. 뭐길래 그래?’

‘그게…, 노조미가 내 행동에 너무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아서….’

 

에리의 대답에 니코는 어이없다는 듯 하! 하고 웃었고, 그리곤 에리를 향해 바라보았다.

 

‘그거야, 너가 답답하게 구니까 그렇지.’

‘어떻게 하면 노조미가 좋아할까?’

 

진지한 표정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에리의 모습에 당황해 하다 니코는 귀찮다는 듯 대충 답변하기 시작했다.

 

‘흐응, 그것도 몰라? 연애소설이나 만화책을 보면 되잖아. 거기서 나오는 행동들을 그대로 한다면, 노조미도 좋아할걸?’

‘아, 그래? 그렇구나. 니코, 고마워!’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손을 잡은 에리의 모습에 니코는 황당해하다 자신 먼저 내려가보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설마 정말로 소설이나 만화책을 읽고 그 행동을 한거란 말이야?

“응! 그렇게 했더니, 노조미가 좋아하던걸? 이게 다 니코 덕분이야. 고마워, 니코.”

 

샤워를 마친 노조미는 에리의 말 소리가 들려 방 문을 나섰고, 그리곤 에리의 말을 들으며 아까 전들의 행동에 대해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노조미가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에리는 신나게 니코와 통화하고 있었다.

 

“무튼간에, 지금 나 노조미 집이야. 정말 여러번 말하지만, 이 모든건 니코 덕분이야. 고마워!”

-으응…. 그, 그럼 월요일에 보자.

“응!”

 

에리는 해맑게 전화를 끊고 나서 뒤에서부터 무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새 있던 것인지 노조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조미의 정색한 얼굴에 에리는 설마 자신의 통화를 다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며 등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노, 노조미?”

“흐응, 그래서 그렇게 적극적이었나 에릿치?”

“그, 그게 아니라….”

“으응, 괜찮데이. 무슨 만화나 소설을 보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니께.”

“아…. 그, 그게….”

 

에리는 멋쩍게 웃으며 뒤로 조금씩 물러가기 시작했고, 노조미는 그에 맞춰 한 발자국씩 에리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등에 벽이 부딪혀 도망갈 곳이 없어진 에리는 다가오는 노조미를 향해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내가 너무 답답하게 구니까 노조미가 답답해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런거야! 니,니코한테 상담해보니까 그러라고 해서….”

“흐응, 니콧치가… 그랬단 말이제?”

“히익…!”

 

노조미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에리는 울상을 지으며 노조미를 바라보니 노조미는 싱긋 웃으며 에리를 품에 안았다. 그리곤, 품에서 떼어내 에리의 눈가엔 어느 새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양 손으로 볼을 감싸 말하기 시작했다.

 

“내는 에릿치의 그 귀여운 모습도 좋데이. 이리 노력해주니께 내, 감동 받은거 모르제?”

“정말…?”

“응.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니콧치에게 상담 안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마.”

“에?”

 

어리둥절해 하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노조미는 싱긋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 말한 후 입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다. 얼굴이 붉어진 에리에게 시간이 늦었다며 말하곤 얼른 씻으라고 한 후, 노조미는 방에 들어갔다. 그리곤 에리가 오기 전에 니코에게 문자를 남기곤 에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다 잠이 들었고 에리는 샤워를 끝 마친 후 노조미의 방에 들어가니 이미 자고 있는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다 가볍게 볼에 입맞춤을 한 뒤, 그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방 안의 분위기는 조용했고 둘은 꿈에서 만났는지 손을 맞잡은 채, 작게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그 방안엔 노조미의 핸드폰 불빛만이 반짝였다.

 

 

「노, 노조미! 내가 그런 뜻으로 그런게 아니라…! 에리가 정말 그렇게 할 줄은 몰랐다구! 노조미 그러니까 제발 와시와시만은…! 노조미이이이이!!!!!!

                          ー니콧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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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허세 가득한 치카가 보고 싶었어요 근데 쓰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여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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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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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토우미] Anemone

2016. 2. 12. 02:03

 

조금씩 쌀쌀해지는 아침 공기를 마시며, 우미는 자신의 소꿉친구들을 기다리는 동안 오늘 하루의 연습내용을 다시 한 번 체크하기 시작했다.

 

음, 우선 스트레칭부터 하고 오늘은 신곡을 연습하면 되려나요.

 

우미는 연습 내용에 대해 체크를 다 한 후, 어디선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하니 언제 도착한건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코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코, 코토리? 언제 도착하신거에요ㅡ 도착하셨으면 절 부르시지…”

“방금 도착했는걸, 우미쨩이 뭔가에 집중한 것 같아서 기다린 것 뿐이야.”

 

우미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있는 코토리에게 미안하다는 듯 웃어보였다. 급하게 뛰어왔는지 코토리의 머리는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우미는 손을 뻗어 헝클어진 앞머리를 정리해주었다. 갑작스런 손길에 코토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채 얼굴이 붉어졌고, 우미는 얼굴이 붉어진 코토리를 보며 어디 아프냐 물으며 이마에 열을 재려 다가가자 코토리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 말하곤 황급히 이야기 주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호노카쨩이 늦네….”

“그러게 말이에요ㅡ, 또 늦으시는걸 보아하니 늦잠이신 것 같네요. 하여간, 호노카는…”

“아하하, 전화해볼까?”

 

코토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토리의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렸고, 우미는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코토리는 전화를 받아 전화 온 상대방에게 대답을 하였고 대화를 다 끝냈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우미는 코토리를 빤히 바라 보았고, 코토리는 우미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미는 코토리가 입을 앙 다물며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곤 무슨 생각인지 알아챈 후 코토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코토리, 호노카가 늦는다고 먼저 가라고 한거죠?”

“에…? 아, 아 그게ㅡ.”

“호노카가 말한 대로, 저희 먼저 가도록 하죠.”

“응? 아, 응!”

 

우미는 말 없이 걷기 시작했고, 코토리도 나란히 걷다가 어떻게 알아챈건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미쨩, 눈치가 빨라서 알아챈거려나? 어떻게 알아챈걸까.

 

우미는 코토리가 아까 전처럼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힐끔 보고는 풋,하고 웃으며 앞을 향해 걸었다.

 

“코토리, 제가 어떻게 알아챈건지 궁금하신거죠?”

 

앗, 또다!

 

코토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미를 쳐다보았고, 우미는 그저 계속 앞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코토리가 생각에 잠기게 되면 입을 앙 다물고 눈썹 찌푸리는거, 알고 계세요?”

“에, 코토리가 그랬어?”

“네, 그래서 그거 보고 안거에요.”

“헤에…, 그랬구나. 우미쨩, 관찰력이 뛰어난걸?”

“코토리한테만 그런거에요.”

“응?”

“코토리한테만, 그런거라구요.”

 

단호한 우미의 대답에 두근 거린 코토리는 얼굴이 붉어졌고, 우미는 계속해서 앞을 보며 걷는 덕분에 붉어진 코토리의 얼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코토리는 우미를 힐끔 쳐다보았고, 우미는 그저 바른 자세로 앞을 보며 걸었다. 그렇게 둘은 말 없이 걷다가 우미에 의해서 침묵이 없어졌다.

 

“아, 코토리.”

“응?”

“오늘 가사를 써야하는데, 같이 도서관에 가주실 수 있나요?”

“응? 코토리가 같이 가도 될까?”

“네, 물론이죠. 아, 불편하시다면 혼자 가도 괜찮아요.”

“으응, 아니야! 코토리, 같이 가고 싶은걸.”

“앗, 그럼 이따 점심시간에 같이 가도록 할까요.”

“응!”

 

코토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미는 코토리의 눈을 바라보다 같이 싱긋 웃었다. 우미의 웃음에 코토리는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곤 아직 아침이지만 얼른 점심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우미와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 새 교실에 도착하여 자신의 자리에 앉은 코토리는 아침 연습하려면 멀었다는 생각에 연습장을 꺼내 새 곡에 맞는 의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으음, 이번 곡은 좀 신나는 곡이니까 어떤 의상이 좋으려나. 이렇게 레이스를 조금 붙이면… 아냐 아냐, 조끼형식으로 해서… 앗, 너무 짧으면 또 우미쨩에게 혼나려나.

 

고민에 휩싸인 코토리는 낙서가 조금 되어있는 연습장을 바라보다 문득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보려 고개를 드는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우미와 눈이 마주쳤다. 코토리는 자신을 쳐다보는 우미에 의해 당황해했고, 우미는 그런 코토리의 얼굴을 보다 무슨 말을 하려 입을 열려 할 때 교실 뒷문에서 호노카의 음성에 의해 우미의 눈길은 코토리에게서 호노카로 옮겨졌다. 자신에게서 바로 호노카에게 눈길이 옮겨진 우미를 보며 코토리는 왠지 모를 서운함에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우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호노카에게 다가갔다.

 

“호노카, 지금이 몇 시인가요?”

“에, 7시…?”

“그럼 저희 연습 시간은요?”

“아…, 일곱…, 7시.”

 

호노카의 대답에 코토리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하고 시계를 확인하니 시곗바늘이 정확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미는 호노카에게 그래도 연습시간엔 안 늦으셨네요, 연습하러 가도록 하죠. 라고 말하며 교실을 떠나려 할 때 코토리는 자신의 연습장을 책상 서랍에 넣은 후 우미의 뒤를 쫓아 교실 문을 나섰다.

 

 

원, 투, 쓰리, 포.

 

 

우미의 구령에 맞춰 신곡에 맞춘 안무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아침 연습을 짧게 끝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코토리는 문득 자신에게 날라 온 편지가 생각났다. 그저 친구들과 부 활동을 하며 옷 만드는게 좋아 의상들을 만들었던 것뿐인데, 자신의 엄마 지인분이 그것을 어떻게 아셨는지 프랑스로 유학 오라는 편지를 바로 어제 받았었기에 멤버들에겐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그리고 자신의 소꿉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어젯밤부터 계속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생각에 휩싸인 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뎠고, 코토리는 깜짝 놀라 앞으로 넘어질 뻔한 것을 누군가가 뒤에서 넘어지지 못하게 자신의 허리를 꽉 감았다.

 

“코토리!”

“코토리쨩, 괜찮아?!”

 

자신의 소꿉친구들에 의해 정신을 차려 뒤를 돌아본 코토리의 뒤에는 자신의 허리를 감고 난간을 꽉 붙잡은 우미와 그 옆에서 깜짝 놀란 호노카가 보였다. 자신보다 더 놀란 소꿉친구들의 얼굴과 그 뒤에 더 놀란 멤버들의 얼굴이 보여 코토리는 생각이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코토리, 괜찮으세요?”

“아…, 응. 괜찮아. 에헤헤, 미안 우미쨩.”

“코토리쨩! 놀랐다구!”

“걱정시켜서 미안, 호노카쨩.”

 

 

코토리의 표정을 본 우미는 아침에 있을 때처럼 무슨 말을 하려 입을 열려다 뒤에 멤버들의 걱정에 입을 닫았고, 코토리는 멤버들에게도 미안하다며 싱긋 웃곤 여전히 자신의 허리를 감싼 우미의 손을 잡았다. 우미는 자신이 여전히 코토리의 허리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에 놀라 황급히 손을 떼었고 코토리는 우미에게 고맙다고 말한 후 아까전의 상황처럼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각자 자신의 교실로 들어가 수업 준비를 하며 호노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우미의 마이 뒤쪽을 잡아 당겨 우미에게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코토리쨩, 조금 이상한 것 같지 않아?’

 

보기보다 자신의 친구 상태에 대해 눈치가 빠른 호노카 말에, 우미는 코토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호노카에게 시선을 돌려 잘 모르겠다고 말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호노카는어딘가 미묘한 표정을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우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는 두 친구의 생각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코토리는 아침에 우미가 자신에게 말한 도서관 약속을 기다리며 그 때 이 고민에 대해서 말해볼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정신없이 수업을 마친 후 점심시간의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교실의 반 아이들은 자신이 싸온 도시락을 꺼내었고 우미와 호노카 그리고 코토리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도시락을 들고 부실로 갔다. 약속이라도 한 듯 부실엔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한 멤버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자리로 가서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반찬들을 집어 먹었고 식사가 먼저 끝마친 아이들은 도시락을 정리한 후 부실에 있는 차를 가져와 마시기 시작했다. 코토리와 우미가 밥을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앉아있던 모든 멤버들의 눈이 둘에게 쏠렸다.

 

“우미, 어디가?”

 

에리의 질문으로 시작해 멤버들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우미는 도서실에 간다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코토리쨩은?”

 

뒤이어 노조미의 질문에 코토리는 입을 열 틈도 없이 자신의 옆에서 우미가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

 

“아, 코토리에게 같이 도서관에 가달라고 부탁드려서 같이 가는거에요. 이번에 마키가 준 곡을 받아서 새로 가사를 써야해서요.”

“에, 호노카도 갈래!”

“호노카는 도서관에 가면 말소리를 크게 내서 매번 경고 받으시잖아요.”

 

우미의 단호한 대답에 호노카는 시무룩해졌고 그 옆의 에리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를 해주었다. 우미와 코토리는 먼저 일어나보겠다고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의 빈 도시락통을 들고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놓고 온 뒤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으로 들어서니 조용한 적막이 두 사람을 반겼고, 우미는 자연스레 책장 쪽으로 걸어가 이번에 마키가 준 곡에 대한 걸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미의 뒤를 따라간 코토리는 우미의 진지한 얼굴에 자신도 도와줄게 있나하며 책장을 같이 보기 시작했다. 문학 책장을 들여보니 여러 시집과 여러 문학책이 있는 것을 보며 코토리는 문득 어떤 곡인지 궁금해 우미에게 물어보았다.

 

“우미쨩, 이번에 쓸 가사는 무슨 곡이야?”

“아, 저희 듀엣곡이에요.”

“에, 듀엣곡? 우리?”

“네. 이번에 마키가 저희보고 듀엣 하라고 하면서 곡을 줬거든요. 그래서 이번 곡에 맞는 가사를 써야하는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우미의 듀엣곡 발언에 놀란 코토리는 우미를 계속해서 쳐다보았고, 우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코토리는 무엇을 좋아하시나요?”

“에? 나?”

“네, 음…. 아, 꽃 좋아하세요?”

“응, 꽃 좋아하는 편이야.”

“그럼, 무슨 꽃을 좋아하세요?”

 

계속되는 우미의 질문에 코토리는 당황해하면서도 소곤소곤 대답하기 시작했다.

 

“음, 코토리는 해바라기 좋아해.”

“아, 저도 해바라기 좋아해요. 꽃말이 기다림. 맞죠?”

“응, 아 그리고 아네모네도!”

“아네모네….”

 

아네모네를 곱씹으며 우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코토리는 아네모네에 대한 꽃말이 슬프다고 이야기를 하다 우미에게 질문한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아, 저희 듀엣곡을 꽃에 관련된 걸 써볼까 생각중이어서요. 코토리가 좋아하는 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물어본거랍니다.”

 

우미는 말을 끝내며 자신이 찾던 시집을 찾은 후 코토리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려 할 때 아침에 있었던 것처럼 코토리의 표정이 마치 무언가 고민을 한다는 것처럼 보였다. 우미는 그저 가만히 코토리를 바라보았고, 코토리는 우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까 생각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져 고개를 돌아보니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우미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코토리는 눈이 동그랗게 떠지다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우미의 눈빛에 코토리는 싱긋 웃으며 우미에게 책을 찾았냐고 묻자, 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교실로 돌아가자 말을 한 후 카운터로 가 책을 빌리곤 어느 새 자신보다 도서관 문 밖에 서서 기다리는 코토리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교실로 걸어가면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도 지난번에 처음 가사를 써보았었지만, 우미쨩은 대단한 것 같아.”

“에, 아닙니다. 그저 제가 좋아서 쓰는걸요.”

“에헤헤, 우미쨩의 가사는 뭔가 따듯하고 좋아.”

“코토리가 써주신 가사도 따듯해서 좋았는걸요.”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코토리는 문득 우미가 좋아하는 꽃에 대해 궁금해져 우미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 맞아. 우미쨩은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해?”

 

 

코토리의 질문에 우미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상사화.”

“상사화?”

“네, 상사화요.”

 

우미의 단호한 대답에 코토리는 볼에 바람을 넣으며 집에 가서 꽃말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로 돌아오니 자신들을 반겨주는 호노카가 있었고, 호노카의 투정에 코토리는 미안하다며 웃었다. 우미는 코토리의 웃는 모습을 바라보다 시선을 호노카로 옮겨 싱긋 웃으며 다음번엔 같이 가자고 말한 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빌려온 시집을 읽으려 하는 순간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빌려온 시집은 집에 가서 읽자고 생각 하곤 다음 시간의 수업 책을 꺼냈다.

 

 

길고 길던 수업시간들이 모두 끝나고, 오늘 오후 연습이 없다고 에리에게 전해 받은 이후로 우미는 궁도부 연습을 하러 자리를 먼저 떠났다. 코토리는 호노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서 호노카에게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할까 생각하다, 옆에서 이번 러브라이브 대회에 참가하게 되어 기분 좋다는 호노카의 말을 듣곤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호노카쨩에게 내가 프랑스 유학을 가야할 것 같다고 이야길 한다면, 호노카쨩은 분명 슬퍼하겠지. 지금 러브라이브 대회도 얼마 안 남았고, 순위도 조금만 더 올라간다면… 그 때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코토리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호노카는 코토리의 안색을 살피며 괜찮냐고 물었고, 코토리는 다시 싱긋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갈림길에 서서 코토리와 호노카는 헤어지며 인사를 나눴고, 집에 도착한 코토리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켜 우미가 말한 상사화에 대해서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상사화: 비늘줄기는 넓은 달걀 모양이고 지름이 4∼5cm이며 겉이 검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이다. 꽃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가 50∼70cm이며 약간 굵다. 잎은 봄에 비늘줄기 끝에서 뭉쳐나고 길이 20∼30cm, 폭 16∼25mm의 줄 모양이며 6∼7월에 마른다.

 

꽃은 8~9월에 피고 꽃줄기 끝에 산형꽃차례를 이루며 4∼8개가 달린다. 총포는 여러 개로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바소꼴이며 길이가 2∼4cm이고 막질(膜質: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다. 작은꽃가지의 길이는 1∼2cm이고, 꽃의 길이는 9∼10cm이며 붉은빛이 강한 연한 자주색이다.

 

화피는 밑 부분이 통 모양이고 6개로 갈라져서 비스듬히 퍼지며 갈라진 조각은 길이 5∼7cm의 거꾸로 세운 바소꼴이고 뒤로 약간 젖혀진다. 수술은 6개이고 화피보다 짧으며, 꽃밥은 연한 붉은 색이다. 암술은 1개이고, 씨방은 하위(下位)이며 3실이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한방에서는 비늘줄기를 약재로 쓰는데, 소아마비에 진통 효과가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없으므로 잎은 꽃을 생각하고 꽃은 잎을 생각한다고 하여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방에 따라서 개난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헤에, 우미쨩이 좋아하는 상사화가 이렇게 생겼구나.

 

코토리는 우미가 좋아하는 꽃에 대해 검색해보곤 사진과 함께 정보를 읽어냈다. 그리곤 마우스 휠을 내리다 상사화가 나타내는 꽃말에 멈칫거렸다.

 

「꽃말 : 이룰 수 없는 사랑」

 

때 마침, 코토리의 휴대전화 소리가 울려 코토리는 화면에서 휴대전화로 시선을 옮기니 우미에게서 온 메시지가 보였다.

 

[코토리, 오늘 무슨 고민 있어보이시던데 괜찮으신가요?]

 

코토리는 우미의 문자를 받자마자 아랫입술을 깨물다 답장 대신 전화통화를 눌러 우미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우미는 놀라지도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코토리의 고민을 들어주었고, 그리곤 코토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호노카에겐 언제쯤….

“그게, 공연이 내일 모레이고… 아무래도 공연 끝나고 말하는게….

-…알겠습니다, 코토리가 직접 말하시는게 좋겠죠.

“ㄱ,그리고….”

-네?

“나 말이야, 나 우미쨩을 좋아하는데…. 이대로 유학에 간다면 우미쨩을 못 볼 생각하니까 너무 겁나서…! 그, 그래서…”

-…코토리.

 

코토리의 다급한 고백에 우미는 눈을 감고 다시 뜬 후, 한 박자 쉬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제가 좋아하는 꽃이 뭐라고 하였는지 기억 나십니까?

“에?”

 

뜬금없는 우미의 질문에 코토리는 눈동자를 굴리며 당황해하다 차분히 대답을 하였다.

 

“상…사화.”

-그럼, 그 꽃말이 무엇인지도 아시나요?

“아….”

-죄송해요, 코토리. 못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내일 뵙도록 해요.

 

우미의 대답을 끝으로 전화는 끊겨졌고, 코토리는 자신의 사랑이 이룰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자마자 거짓말처럼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눈물을 대변하듯 밖에선 비가 거세게 쏟아지고, 코토리는 방문 밖의 부모님이 듣지 못하도록 울음소리를 삼키며 눈물을 흘렸다. 한 편, 전화를 끊은 우미는 자신의 마음을 거짓으로 표현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코토리라면 제가 좋아하는 꽃에 대해서 찾았을텐데 말이에요. 상처…받으셨겠죠, 분명.

 

처마 끝에 맺힌 빗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미는 자신의 손을 뻗어 떨어지는 빗방울을 손가락 끝에 닿게 했다. 손가락 끝에 닿은 빗방울은 마치 자신에게 정신 차리라는 의미처럼 느껴져 매우 차갑게 느껴졌다. 우미는 코토리의 고백을 받고 기뻤던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자신도 코토리와 같은 마음이었기에 그 고백을 받고 싶어 했었다. 그렇지만 자신의 집안은 엄격하고, 무엇보다도 자신과 같은 여자 아이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기에 겁이 났었기 때문에 우미는 코토리의 고백을 거절하게 된 것 이다.

 

코토리, 미안해요. 제가 이렇게나 겁쟁이여서….

 

우미는 빗방울들을 보며 코토리에게 사죄를 하는 듯 계속해서 멍하니 바라보았고, 우미의 어머니가 나와 우미에게 뭐하냐고 묻자 우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곤 아무것도 아니라 말하곤 방안에 들어갔다.

 

----------------------

 

출국 전 날, 코토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호노카가 전 날 비에 맞으며 운동하는 덕분에 쓰러졌고, 뮤즈는 러브라이브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실에서 각자 격려하며 음료를 마셨을 때 우미가 자기 대신 유학 이야기를 꺼내었고 그제서야 호노카와 아이들은 코토리의 유학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코토리는 아직 우미에게 그 전에 말하지 못할 말을 더 하고자 우미가 자신에게 꽃으로 우미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면 자신도 꽃으로 뜻을 내비치려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저, 물망초 어디 있나요?”

“물망초는 저기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져올게요.”

“네.”

 

점원의 상냥함에 코토리는 웃으며 기다렸고, 점원이 물망초를 가져와 꽃다발로 만들어 주려하자 코토리는 화분으로 달라하니 점원이 알겠다며 화분에 리본을 묶고 코토리에게 전달 했다.

 

“선물 하실건가 봐요.”

“아, 네.”

“물망초가 이쁘면서도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 라니. 참 슬픈 것 같아요.”

 

점원의 말에 코토리는 싱긋 웃으며 그러네요 답했고, 점원에게 물망초를 받자마자 감사하다고 전한 뒤 꽃집 문을 나섰다. 코토리는 물망초를 품 안에서 소중히 다루며 우미의 집으로 향했고, 어느 새 도착한건지 우미의 집 앞에 도착한 코토리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누르니 우미의 대답이 들려 자신이라 밝힌 후 대문을 통해 들어가니 우미가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었다. 그저, 평소대로 대화를 나누며 우미의 방으로 들어갔고 우미는 자신의 맞은 편에 앉은 코토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시선을 아래로 두곤 입을 열었다.

 

“내일…이네요, 유학가시는 날이.”

“응….”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탓에 우미는 아랫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다 비릿한 맛이 느껴져, 자신의 앞에 놓여진 차를 한 모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막이 계속 흐르다 코토리가 가져온 화분이 보여 궁금해진 우미는 코토리에게 물었다.

 

“화분이네요, 무슨 꽃인가요?”

“아, 이거… 물망초야.”

“물망초라면…, 아! 꽃말이 나를 잊지… 마세요.”

 

우미는 코토리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 말을 멈추었고, 코토리는 화분을 들어 우미에게 주었다. 그리곤 미소를 지으며 우미를 바라보았다.

 

“이 물망초처럼 나를 잊지 말아줘, 우미쨩.”

“…….”

“그 때 정말 고백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유학가게 된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고백해버렸네. 에헤헤, 우미쨩의 옆에 계속 붙어있고 싶었는데….”

“코토리….”

 

코토리의 눈에선 어느 새 한 방울씩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었다. 우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코토리의 곁에 앉았다. 코토리는 우미의 품 안에 안겨 엉엉 울다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흔들다 울음소리를 더 크게 내었고, 우미는 다시 한 번 아랫입술을 깨물며 코토리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어느 새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으며 울음을 그치고 눈시울이 붉어진 코토리는 웃으며 여전히 울음기가 가득한 채 우미의 눈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씩 천천히 말하며 작별을 고했고, 우미는 눈시울이 붉어지다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곤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코토리가 우미의 집을 나서고, 우미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물망초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곤 코토리 앞에서 울지 못한 눈물을 흘리며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양 손을 꽉 쥔 채 엉엉 울었다. 그리곤 여전히 눈가엔 눈물이 가득한 채 책장에서 자신이 쓰다만 가사집을 꺼내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쏟아부으며 가사 쓰는 것을 열중하기 시작했고, 가사가 쓰여진 종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코토리의 출국 당 일, 우미는 학교 갈 채비를 하고 방문을 나서기 전 테이블 위에 코토리가 자신에게 준 물망초를 보고는 어젯밤 자신이 쓴 가사가 생각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는 듯 자신답지 않게 꽃집으로 황급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친 후, 멤버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코토리는 부실에 남아 감회가 새롭다는 듯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두리번 거렸다. 우미는 그런 코토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신이 준비한 화분을 주려 할 때 우미의 행동은 코토리의 말에 의해 멈추었다.

 

“유학 가기전엔 이 부실도 그리울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오게 되니 뭔가 감회가 새롭네.”

 

코토리는 뒤를 돌아보며 자신을 바라보는 우미를 향해 싱긋 웃었고, 우미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곤 얼굴이 붉어진 채로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려 입술이 바싹 마른다는 듯 아랫입술을 핥은 후 짧게 심호흡을 하곤, 다시 코토리에게 시선을 옮겨 조심스럽게 입을 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코토리.”

“응?”

“사실, 코토리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어요.”

 

때 아닌 우미의 자백에 코토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우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코토리의 눈을 바라보며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좋아하는 꽃이 상사화라고 했지요, 사실 저도 아네모네를 제일 좋아해요. 그리고 이 아네모네를 더 좋아해요.”

 

우미는 말을 끝마치곤 자신이 준비한 화분을 코토리에게 건네주며 화분을 붙잡은 코토리의 손을 감쌌다. 코토리는 자신에게 준 화분을 바라보니 빨간 아네모네가 있었다.

 

“아네모네의 꽃말, 슬픈 뜻들을 가지고 있죠. 그렇지만 이 빨간 아네모네의 꽃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에요. 이제야 전하게 되어서 미안해요, 코토리. 제가 겁이 많아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오늘 아침에 깨달았어요. 당신을 붙잡아야겠다고. 그래서 호노카에게 부탁했어요, 저보다는 호노카가 더 잘 붙잡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미안해요, 이렇게 겁이 많아서.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잘 할게요.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드릴게요. 코토리, 당신을 좋아해요.”

 

우미의 긴 고백에 코토리는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져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고, 우미는 따스하게 웃으며 코토리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울리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해요. 코토리, 저와… 사귀어 주시겠습니까?”

 

코토리는 우미의 물음에 눈물이 가득한 채 고개를 끄덕였고, 우미는 잘 부탁한다 말하며 코토리의 손에 잡혀진 화분을 테이블 위로 옮긴 후 코토리를 안았다. 자신의 옷깃을 꽉 잡은채 어깨에 파묻는 코토리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하다 속삭이자 코토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곤 안아있는 채로 우미의 얼굴을 보려 어깨에 파묻은 고개를 들어 자신도 잘 부탁한다며 말한 후, 여전히 눈시울이 붉어진 채 싱긋 웃으며 우미의 눈을 바라보다 다시 한 번 우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었다.

 

 

석양에 비친 안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 뒤엔 테이블 위에 올려진 화분 속 빨간 아네모네가 더 활짝 피어났고, 둘의 사랑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

2차 스터디에 쓴 거에여

사실...제 최애 컾은...코토우미입니다.... 제가 노조에리를 많이 쓰긴 했는데...

코토우미가...제 최애컾이에여.... 그냥..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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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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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잔뜩 낀 아침, 아야세 에리는 등교 준비를 하다 창문 밖 날씨를 확인 한 후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곤 우산을 챙겨 집 밖으로 나섰고,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학교에 도착한 후 가방을 교실에 두고 온 다음 자연스레 학생회실로 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학생회실에 도착해 문을 여니 자신보다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은 자신의 친구가 보였다.

 

“노조미, 오늘 일찍 왔네?”

“응, 오늘은 신사 일이 일찍 끝나서 먼저 왔데이.”

“근데 왜 불은 안 키고 있었어, 어둡잖아.”

“아하하, 그게 깜빡해가꼬….”

 

에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을 키니 어두웠던 학생 회실이 전등불로 인해 밝아졌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오늘 해야 할 서류들을 확인하다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노조미를 쳐다보았다. 노조미는 그것을 모르는지 타로카드를 꺼내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흐응, 오늘은 뭔가 운명이 지어지는 날 이려나ㅡ.

 

노조미는 자신이 뽑은 운명의 수레바퀴 카드를 보며 무언가 짐작이 된다는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에리는 그런 노조미의 얼굴을 보다 아무 말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서류로 옮겼다. 노조미는 운세를 확인하려 사용했던 타로 카드를 정리 하고 에리를 도와주려 서류를 가져와 확인하며 서류를 나누기 시작했다. 각자 자신의 할 일들을 하는 와중에 에리는 서류를 확인 하며 계속 종이 끝 부분에 빨간색이 묻어 나와 이상해 자신의 손가락을 확인하니 언제 종이에 베였는지 작게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베여있는 걸 몰랐을 땐 아프지 않던 손가락이 알게 된 순간 조금씩 따가워지기 시작해, 에리는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에 맺힌 핏방울을 닦았다. 그리곤 서류에 묻은 핏자국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 작게나마 묻었네. 어떡하지….

 

노조미는 자신의 할 일을 끝낸 후 에리로 시선을 옮겼을 땐 손수건으로 손가락을 감싼 상태에서 서류를 멍하니 보는 에리를 발견했다. 노조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에리에게 다가가 에리의 손가락을 확인했다. 작게 베여진 틈 사이로 핏방울이 맺힌 것을 보곤 주머니에서 밴드를 꺼내 붙여주었다. 에리는 그저 멍하니 노조미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있었고 노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밴드를 다 붙인 손가락에 작게 호ㅡ 불어주었다. 에리는 부끄러워져 얼굴이 붉어졌고, 노조미는 아까 에리가 멍하니 쳐다보던 서류로 시선을 돌리니 작게나마 서류에 묻은 핏자국이 보였다.

 

“음, 이 정도는 핏자국인지도 모르겠구마. 괜찮데이, 이것 때문에 신경 쓰였겠구마.”

“아, 응. 서류가 더러워지면 안되잖아. 그래서….”

“에릿치, 이 정도는 괜찮데이.”

“그럴려나….”

 

에리는 여전히 신경쓰인다는 듯이 서류로 시선을 돌렸고, 노조미는 그런 에리의 모습을 보다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노조미의 손길에 놀란 에리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은 채 노조미는 계속해서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리는 노조미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는 듯 조용히 웃었다. 노조미는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에, 노조미?”

“응, 에릿치.”

“자리로 왜 돌아간거야?”

“그거야, 아직 에릿치 일이 안끝났으니까 그렇지.”

“그렇지만….”

“내, 에릿치 일 끝날 때까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을테니께 얼른 하그라.”

 

말을 마친 노조미는 책상에 엎드려 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에리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고요한 적막속에서 에리는 해야 할 서류를 다 끝낸 후 노조미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어느 새 잠이 들었는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 노조미를 바라보았다. 에리는 시계를 확인 해 아직 아침 조례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곤 노조미 쪽으로 자리를 옮겨 자고 있는 노조미의 얼굴을 조심스레 보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얼굴의 노조미는 아기 같네, 귀여워. 노조미는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거 알고 있으려나….

 

같이 자리에 엎드려 노조미의 눈코입을 손가락으로 훑었고 노조미의 입술을 매만지다 더 가까이 자리를 옮겨 노조미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그리곤, 자신의 행동에 놀랐다는 듯이 황급히 노조미의 얼굴에서 멀어진 후 자신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는 손가락이 무언가 이상해 확인을 하니 아까 전 노조미가 붙여줬던 밴드가 붙여진 손가락이었다. 에리는 말없이 웃었고, 시계를 확인하니 아침 조례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조미, 일어나. 이제 우리 교실로 돌아가야해.”

“으응…? 아, 언제 잤었지….”

“오늘 아침 일이 많이 힘들었나보네. 얼른 돌아가자.”

“응, 그럴까. 아, 맞다. 에릿치ㅡ, 내 꿈 꿨다 아이가.”

 

에리는 노조미와 함께 학생회실을 나서며 문을 닫는 순간 노조미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노조미를 쳐다보았고,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기, 별건 아이고 누가 내게 입에다 뽀뽀하는 꿈 꿨데이. 내가 근데 꿈을 잘 안꾸는 편인데, 되게 생생했다 아이가. 마치 실제로 누가 내한테 뽀뽀한 것처럼 진짜 생생했데이.”

 

노조미의 말에 에리는 얼굴이 붉어져 그런 꿈을 다 꾸냐고 얼버무렸고, 노조미는 자신도 모르겠다며 교실로 걸음을 바삐 옮겼다. 교실에 도착한 둘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조례시간을 준비했고, 에리는 자신의 등을 콕콕 찌르는 니코에 의해 뒤로 돌아보게 되었다.

 

“에리, 왜 이렇게 늦은거야.”

“에, 아 오늘 아침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늦었어.”

“흐응, 노조미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에?”

“노조미 얼굴, 붉어져 있잖아. 둘이 뭐 한거야?”

“뭐했냐니…, 아무것도 안했어. 아, 오늘 연습 취소되었던가?”

 

에리는 말을 돌려 니코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피하려 했고, 니코는 날이 흐려서 연습이 취소될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에리에게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에리는 알았다며 자세를 바로잡았고, 노조미의 자리로 시선을 옮겼다.

 

노조미, 설마 깨있었던건… 아니겠지.

 

에리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아침 조례시간이 끝날 때까지 노조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모든 수업이 끝날 무렵, 언제서 부턴가 비 오기 시작한건지 창문 밖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에는 연습을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로 인해, 니코는 1학년 애들과 할 일이 있다며 먼저 가보았고 에리는 짐을 챙겨 노조미와 함께 학생회실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에 깜빡하고 끄지 못하고 간 불은 누군가 끄고 갔는지 아침보다 더 어두워져있는 상태였다. 에리는 걸음을 주춤하다 불을 키려 스위치를 누르려는 때에 누군가의 손에 의해서 스위치를 누르지 못했다. 에리는 손을 덜덜 떨며 노조미를 불렀고, 노조미는 그저 말 없이 에리의 허리에 팔을 감싸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ㄴ,노조미?”

“에릿치.”

“ㅇ,응. 저 노조미, 우리 먼저 불을 키고….”

“에릿치, 아침에 내한테 뽀뽀했제.”

“아….”

 

 

에리는 노조미의 질문에 어둠속에서 두려움은 어느 새 사라지고, 노조미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은 창문을 통해 빗소리만 들리는 적막 속에서 먼저 적막을 깬 사람은 노조미였다.

 

“에릿치는 내 좋아하나?”

 

직구로 가득찬 노조미의 질문에 에리는 아랫입술을 깨물었고, 노조미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는 듯이 에리의 허리를 감싼 팔을 풀면서 에리에게 조금 떨어진 후 여전히 스위치를 키지 못하는 에리의 손등 위로 손을 감싸 스위치를 켰다. 어두웠던 학생회실이 아침 때처럼 밝아졌고, 에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아랫입술을 깨물은 채 바닥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노조미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로 가 아침에 해두었던 일을 마무리 하려하는 순간 에리가 스위치를 껐다. 에리의 행동에 놀란 노조미는 에리가 있는 쪽으로 쳐다보았으나 갑자기 어두워진 상태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에릿치, 지금 뭐하는…!”

 

 

노조미는 에리가 걱정되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에리의 힘에 의해 다시금 자리에 앉혀졌다. 에리의 행동에 노조미는 에리 쪽을 바라보려 할 때,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에서부터 코, 입을 훑는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적막만 가득한 학생 회실에 적막을 깨트린건 노조미가 아니라 다름 아닌 에리였다.

 

“노조미, 내가 겁이 많다는거 알고 있지?”

“응, 알고 있구마.”

“지금…, 많이 무섭긴 한데…. 그렇지만, 이 방법 밖엔 없을 것 같아서….”

“응, 듣고 있데이.”

“내가, 노조미를, 많이 좋아해. 이렇게 겁 많은 나여도, 괜찮아?”

“에릿치, 에릿치는 내가 아는 아 들중에서 많이 용감한거 알고 있나.”

“에?”

“이렇게 어두운거 무서운 사람이 어두운 곳에서 용기내서 내한테 고백도 한다는게 용감하데이. 내도, 에릿치를 많이 좋아한데이. 그리고 에릿치의 단면이 아닌 모든 면을 좋아한데이. 겁 많은 에릿치여도 에릿치는 에릿치 아이가ㅡ.”

“노조미….”

“내도 겁이 많은데, 에릿치와 함께라면 모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는 것 같데이.”

 

에리는 노조미가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들었고, 노조미는 에리의 볼을 감싸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줬다. 그리곤 볼에 짧게 입을 맞추며 에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어두운 학생회실 안에서도 밝게 빛나는 파란 눈동자를 바라보다 에리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려 할 때 갑자기 창문 밖에서 번개가 번쩍한 후 몇 분 이따 천둥소리가 크게 울렸다. 에리는 히익 하며 귀를 감싸 자리에 주저앉았고, 노조미는 에리의 곁으로 다가가 에리의 얼굴을 살폈다. 울먹이는 에리의 얼굴이 귀엽다는 듯 노조미는 에리의 이마에 짧게 입맞춤했다.

 

“오늘 할 일도 아침에 거의 다 끝냈으니, 나머지는 내일로 미뤄두고 이만 가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이대로 있으면 더 무서울낀데~.”

“ㄴ,노조미! 그렇지만….”

“에릿치의 이런 모습도 참 좋데이. 그렇지만, 지금 밖에서 집으로 가라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데이.”

 

노조미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복도에선 종소리와 창문 밖을 통한 빗소리가 가득했고, 에리는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노조미는 이제 그만 가자며 에리의 손을 잡아 일으켰고, 에리는 노조미의 손을 잡아 일어났다. 그리곤 서로 짐을 챙겨 학생 회실을 나섰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에리가 우산을 펼쳐 우산을 쓰자 노조미는 조용히 에리의 우산으로 들어왔다. 노조미의 행동에 놀란 에리가 노조미를 쳐다보자 노조미는 에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다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내, 우산을 깜빡해가 놓고 왔데이.”

“노조미도 참, 오늘 비 온다고 뉴스에 나왔을텐데. 젖지 않게 조심해.”

“아하하, 정신이 없다보니…. 그러고 보니 이 비도, 첫 비구마.”

“에? 그게 무슨 소리야? 비라면 전에도 왔었는걸.”

“우리가 사귀고 나서 처음 맞는 비 아이가, 그러니 첫 비 아이가.”

“아하하, 그러네.”

 

 

노조미는 우산을 들고 있는 에리의 손을 감싸며 에리에게 더 붙기 시작했다. 에리는 말없이 노조미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고, 눈 깜빡할 사이에 노조미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에리는 노조미에게 손을 흔들어 조심히 들어 가라 말하니 노조미는 에리의 왼쪽 어깨가 젖은 것을 보곤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 했다. 에리는 괜찮다며 이만 집에 가보겠다 한 후, 뒤를 돌았을 때 노조미가 에리의 팔을 붙잡아 자신 쪽으로 돌린 후 입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노, 노조미?”

“에릿치가 아침에 내게 해준 선물, 내도 해주고 싶었데이.”

“그건…!”

“아하하, 당황해하는 에릿치도 귀엽구마. 집에 조심히 들어가레이.”

 

 

노조미가 그 말을 끝으로 집에 들어가자마자 에리는 노조미의 행동이 귀여워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노조미는 침대에 앉아 자신의 입술을 매만지다 아침에 에리가 몰래 자신에게 했던 입맞춤과 방금 전 자신이 했던 입맞춤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며 얼굴을 자신의 베개에 파묻었다. 그리고 자신의 핸드폰에서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울려 노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곤 황급히 현관문을 여니 현관문 밖에는 에리가 서 있었다.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에리는 웃으며 노조미에게 다가갔다.

 

 

 

“다시 보고 싶어져서, 왔어.”

 

 

 

에리는 그 말을 끝으로 노조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고 노조미는 웃으며 에리를 반겼다. 그리고, 활짝 열려있던 현관문은 어느 새 굳게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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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스터디를 이번에 하게 되어서 쓴 글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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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 감기

2015. 11. 16. 04:29

에리는 항상 시험기간만 되었다하면 감기에 걸리곤 했다. 이상하리만큼 시험 3주전부터 감기에 걸리곤 시험이 끝난 후에는 언제 아팠냐는 듯, 감기가 다 낫곤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지 얼마나 되었을까, 처음엔 어찌해야할지 몰랐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감기약을 사다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에리는 대학생이 되어서 고등학생 때보다 더 신경써야하는 시험들이 많아 진건지 고등학생 때 걸렸던 감기보다 이번엔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 열은 심하게 올랐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에리는 학교에 가야한다며 꾸역꾸역 학교에 갈 채비를 했고, 나는 병원부터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 물어봤지만 오늘 전공수업이 중요한 수업이니 꼭 가야한다며 에리는 신발을 신는 도중에도 휘청거렸다. 그런 에리가 걱정이 되어 에리를 바라보니 에리는 괜찮다며 나에게 웃어 보인 후 집 밖을 나섰다. 그렇게 나는 에리가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소파에 앉아 기다릴 뿐이었다.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같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에리는 우리 집에 같이 살기 시작했다. 각자의 전공이 달라 교양으로 밖에 같이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었고,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같은 교양 수업을 듣고 그랬었는데 올 해는 이상하리만큼 교양 시간이 안맞아 괜찮은 시간이 있다면 에리의 전공 수업이 있거나 내 전공 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같은 경우에도 에리가 전공을 들으러 가는 동안 나는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아 에리의 수업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에릿치, 오늘 좀 많이 아파보이든데ㅡ 약이라도 사와야하나.

 

나는 집에 감기약이 남아있나 보려 서랍을 열었으나, 지난번에 다 먹었는지 그 많던 감기약이 없다. 다행히도 오늘 에리의 수업이 2시간 전공 밖에 없는 날이라 에리가 집에 오자마자 바로 침대에 눕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리가 돌아오려면 아직 1시간 가량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겉옷을 입고 지갑을 챙긴 후 집 밖으로 나섰다. 나온 김에 냉장고 안이 비워졌던게 생각나 장도 봐야할 것 같다. 에리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진 아직 시간이 여유롭지만 빨리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서둘러 약국으로 걸음을 향했다. 약국에 도착하니 내 얼굴을 기억하는건지 약사 분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해주셨다.

 

“또, 오셨네요. 이번에도 감기약을 사러 오신거 맞죠?”

“아, 네ㅡ. 아하하, 감기약이 다 떨어져서….”

“매 시험기간만 되었다하면 감기약을 자주 사러 오시던데, 괜찮으세요?”

“네네, 괜찮아요. 아, 저ㅡ 그리고 소화제도 좀 주시겠어요?”

“소화제요?”

“네. 요즘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아, 감사합니다.”

“아, 이 비타민은 서비스로 드릴게요. 감기예방에도 좋으니까요, 요새 독감이 유행이라 조심하시라고 드리는거에요.”

“아,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나는 약사님께 인사를 드린 후, 약국을 빠져나왔다. 약국 앞에서 약사님께 받은 약들과 비타민들을 보며 에리 생각이 났다.

 

이 비타민은 에릿치에게 줘야겠구마ㅡ. 요새 독감이 유행이라니께 더 조심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제.

 

 

나는 약을 챙기고 이번엔 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마트에 들어오자마자 장바구니를 들어 에리가 좋아하는 음식과 내가 좋아하는 고기를 사고 그리고 에리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챙긴 후 마지막으로 물을 챙겨 계산을 하고 나왔다. 이제, 에리가 집으로 오기까지 앞으로 30분. 나는 얼른 집으로 발길을 서둘렀고, 집에 도착하니 20분 후에 도착해야할 에리가 소파에 누워있었다. 나는 에리가 걱정돼, 장 본 것을 식탁위에 두고 에리에게 다가갔다. 이미 씻고 잠옷으로 갈아 입은건지 여전히 열이 심하게 오른 상태였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감기가 걸린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에리를 일으켜 침대에 눕혔고, 에리는 간신히 눈을 떠 내 눈을 바라보았다. 에리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눈빛으로도 고맙다는 말이 들려와 그저 싱긋 웃어보였다. 나는 서둘러 수건에 물을 적셔 에리의 이마 위에 올려주었고, 에리는 여전히 쌕쌕대며 힘들어했다.

 

아, 에릿치에게 약 먹여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한담. 지금 에릿치 빈 속일텐데, 죽이라도 끓여야 하겠구마ㅡ.

 

옆에서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 못하는 요리 실력으로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평소에 요리 담당은 에리였기에 나는 그저 받아 먹기만 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에리를 위해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어설프게 만든 죽이 완성이 되었고, 그릇에 담아 물과 약을 챙겨 에리에게 갔다. 에리는 여전히 힘들어했고, 차가웠던 수건은 어느새 미지근해져있었다. 죽을 담아뒀던 그릇을 선반에 둔 후 잠시 에리를 깨웠다.

 

“에릿치, 죽이라도 먹그라.”

“ㅇ,아. 노조미….”

“약이라도 먹는게 낫지 않겠나, 한 숟갈이라도 먹으레이.”

 

에리는 더 이상 말할 힘이 없는 건지 고개를 저었고, 나는 억지로라도 일으켜 죽을 떠 후후 불며 식힌 후 에리의 입가에 숟가락을 내밀었다. 에리는 나의 고집에 질 수 없다는 듯, 억지로 입을 벌려 죽을 먹었고 그리곤 더 이상 못먹겠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누으려 할 때, 나는 물과 약을 에리에게 건냈다. 에리는 먹을 힘도 없다는 듯 누으려 했고, 나는 그런 에리를 위해 약을 입술로 물은 후 에리의 입 안에 넣게 했다. 에리는 화들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고, 그리고 물을 입 안에 머금은 후 다시 한 번 에리의 입 안으로 넣게 했다. 에리는 내가 건넨 약과 물을 삼켰고, 그리고 뭐라 하려 했으나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아 살짝 째려보는 걸로만 끝내곤 다시 누웠다. 나는 다시 에리의 이마 위에 차가운 물에 담근 수건을 올려두었고, 거실로 나가려는 때에 내 옷자락을 잡는 에리의 손길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에리는 어리광쟁이로 변했는지, 조금씩 울먹이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그 옆에 앉아 에리의 손을 잡으며 이마에 올려둔 수건으로 땀을 조금씩 닦아 주기 시작했다. 에리의 몸에도 다시 땀이 나기 시작해, 아까 전에 샤워한 것은 어디로 간건지 잠옷이 축축해 지기 시작했다. 에리의 몸을 일으켜 잠옷을 벗게 한 후 수건으로 땀을 닦고 싶지만 그러기엔 에리가 너무 힘들어하기에 조금이라도 재우는게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에리는 쌕쌕 대며 잠에 들었고 나는 자는 에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러시아 쿼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건지 높은 코와 입술로 내려가는 그 선이 좋았다. 그리고 추운 나라에서 잠시 살다왔으니 감기에는 강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매 시험기간 마다 감기에 걸리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곤 했다. 다시 미지근해진 수건을 물에 적셔 이마에 올려두었고, 약과 물을 부엌에다 놓으려 일어날 때 에리가 무의식적인건지 내 손을 꽉 잡고 안놔줬다.

 

“으음, 노조미….”

 

에리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에리의 얼굴로 다가가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했다. 그 때, 잠자는 숲속의 공주님처럼 에리의 눈은 살며시 떠졌고 에리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에리의 입 안은 뜨거웠고, 혀도 데일 것 같이 뜨거웠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입맞춤이 끝났을 때 에리의 얼굴은 더 붉어졌고,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노조미, 감기…옮아.”

“괜찮데이, 에릿치의 감기라면 옮고 싶구마.”

“내가 안괜찮아. 아, 더워.”

“에릿치, 땀 많이 흘렸으니께. 자, 만세 해보레이. 만세ㅡ.”

“에, 만세라니. 괜찮아, 지금 괜찮아진 것 같으니 샤워 하면 돼.”

“그렇게 무리하다 지난 번에도 샤워하고 나오면서 쓰러진 적 있지 않았나, 그러니 이번엔 내 말 좀 들어도.”

“아, 알았어…. 부탁…할게.”

 

에리는 부끄러워하며 윗 옷을 벗었고, 나는 수건에 다시 한 번 물을 적셔 땀이 났던 등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에리의 귀는 빨갛게 달아올랐고, 부끄러워하는 에리의 모습이 귀여웠다. 등을 다 닦아준 후, 앞을 닦아주려 할 때 에리는 필사적으로 괜찮다며 자신이 하겠다 하였고 나는 그저 알았다고 말을 하고 새 잠옷을 건네주었다. 그리곤 식었던 죽을 다시 들고 가 냄비에 부어 데우기 시작했고, 데운 죽을 다시 가져오니 이미 다 닦았는지 에리는 새 잠옷으로 갈아 입은 후 침대 머리 맡에 걸터 반쯤 누워있었다. 죽을 선반 위에 둔 후 에리의 이마에 손을 대니 여전히 미열은 있었고, 침대에 걸터 앉아 선반에 둔 죽을 호호 불어 조금씩 식히며 죽을 한 숟가락 떠 에리에게 줬다.

 

“노조미, 내가 먹을게.”

“으응, 아니레이. 내가 먹여줄거구마. 그러니, 에릿치는 얌전히 먹으레이.”

내 말을 들은 에리는 잠시 당황해하다 피식 웃으며 입을 벌렸다. 자연스레 죽을 받아 먹기 시작했고, 아까 전에 다 못먹은 죽이 어느 새 바닥이 보일 정도로 다 받아 먹는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에리는 조금만 더 자겠다며 누웠고 그리곤 나를 쳐다보았다.

 

“노조미, 내 옆 누워주면 안될까?”

“에, 그래도 되나?”

“아, 아냐. 노조미 감기 옮으니까, 안 돼.”

“괜찮데이. 자자, 에릿치는 얼른 자그라. 내가 팔베개 해주까?”

“파, 팔베개라니…! 괜찮아.”

“으응, 내가 해주고 싶데이.”

 

나는 말을 마친 후, 에리의 머리를 들어 팔베개를 했다. 그리곤 에리를 감싸 안아 등을 조금씩 토닥였고 에리는 처음엔 어색해하다 눈을 감더니 조금 있다 숨소리만 조용히 들려왔다. 조용한 공간에서 에리의 자는 숨소리만 들리니 나도 점점 졸리기 시작했고, 나도 눈을 감아 잠에 들었다. 그리고 꿈을 꿨는데, 에리와 내가 나왔다. 에리는 나를 다정하게 쳐다보다 슬픈 눈으로 쳐다보더니 입맞춤을 짧게 해주곤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곤, 에리의 이름을 부르려고 하는 순간 목소리가 안나왔고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에리의 떠나는 뒷 모습만을 바라 보다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리고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에리가 나를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노조미, 괜찮아?”

“에…, 괜찮냐니….”

“지금 울고 있잖아, 무슨 안좋은 꿈이라도 꾼거야?”

 

에리의 말에 내 눈을 만져보니 눈물 자국이 났다. 꿈이라는 사실에 안심이 돼, 에리의 품에 안겨 울었고 에리는 괜찮다며 내 등을 토닥여주었다. 나는 아픈 아이에게 어리광을 부렸다는 사실을 깨닫곤 부끄러워져 바로 품 안에서 떨어졌고, 에리의 얼굴을 살펴보니 이제 괜찮아졌는지 열도 내려져있었다. 그리곤 내 얼굴을 잡더니 짧게 볼에 입맞춤을 해줬다.

 

“노조미가 간호해준 덕분에 이렇게 빨리 열이 내려간 것 같아. 그래도 아직까진 감기기운이 있으니, 노조미가 내 감기 옮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빨리 낫도록 노력할테니까, 응?”

“에릿치….”

“그리고, 무슨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디 안갈거야. 나는 평생 노조미 옆에서 지낼거니까 노조미야말로 내 옆에 계속 있어줘야 돼?”

“그거야, 당연한거 아이가….”

“응. 그거면 충분해. 우리 이제 밥 먹을까?”

“응.”

 

에리의 말에 그저 웃으며 손을 잡았다. 우리는 웃으며 서로에게 의지하고, 서로에게 배려를 할 것이며 서로만을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지낼 것이며 에리가 감기에 걸리면 내가 간호를 하면 되는 것이고, 내가 감기에 걸리면 자연스레 에리가 간호를 해줄 것이다. 뭐, 가끔은 그게 엉큼할 때도 있지만…. 나를 바라보는 에리의 다정한 눈동자가 좋고, 나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좋다. 에리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행복하고, 이렇게 평생 에리와 함께 지내고 싶다. 몇 십년이 지난 후, 할머니가 되어서도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불러줄 에리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평생을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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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핑퐁



오랜만에 써본 1인칭 시점이라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ㅏ니라머ㅣㅇ러니아러ㅣ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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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소원

2015. 11. 8. 03:06


어느 평화로운 주말, 조용한 방 안에 둘러 앉아 두 소녀는 곧 다가올 시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한 소녀가 공부에 질렸는지 책상에 볼을 대곤 엎드렸고, 다른 소녀가 엎드린 소녀를 쳐다보았다.

 

“에릿치ㅡ 이게 지금 몇 번째인지 아나. 지금 온몸으로 공부하기 싫다고 티를 내는 것도 아이고, 얼른 일어나레이.”

“아아, 노조미ㅡ. 그렇지만 너무 하고 싶지 않단말이야.”

“에릿치, 공부하자고 먼저 말한건 에릿치니께 얼른 일어나레이.”

 

“노조미.”

 

진지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른 에리를 보며 노조미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긴장이 됐다. 그리곤 뒤이어 시덥잖은 소리에 긴장을 풀어버렸다.

 

“우리는 일본인인데 왜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거야. 참, 이상하지 않아? 자국어만 열심히 잘 하면 되는거잖아. 근데 왜 영어를 해야 하는거야?”

“에릿치가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느낌 이상하데이.”

“에? 왜?”

“아니, 외국인처럼 생겼는데 영어 공부 하기 싫다고 말하니께 되게… 이상하데이.”

“노조미ㅡ. 내가 그 말을…!”

“아아, 물론 이 말을 싫어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게 뭔가 이상하지 않나? 모순적으로 보인데이.”

“흥, 몰라. 난 영어 공부하고 싶지 않다구.”

 

에리는 노조미의 말에 기분이 상했는지 노조미 쪽으로 향하던 얼굴을 반대로 돌렸고 노조미는 자신의 말에 기분이 상한 에리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곤 에리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하다 사과를 하였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에리는 계속해서 무시를 하였다. 그리곤 엎드린 몸을 일으켜 자신의 공부를 묵묵히 하기 시작하였고 노조미는 계속해서 에리의 눈치를 보다 자신의 공부를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에릿치가 외국인처럼 생겼다는 말을 싫어했는데 왜 내는 그 말을 꺼낸걸까, 아 내는 진짜 바보데이. 바보! 에릿치가 어떻게 하면 화를 풀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데이….

 

노조미는 시무룩한 얼굴을 하며 에리의 얼굴을 조금씩 살펴보았고 에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노조미의 눈길을 애써 무시했다. 에리는 노조미를 계속해서 쳐다보지 않은 채 자신의 공부에만 몰두해있었고, 노조미는 더 시무룩해지기 시작했다.

 

노조미가 잘못했다구, 내가 그 말 싫어하는거 알면서 왜 그 이야긴 꺼낸거야. 아, 짜증나! 이 문제는 또 왜 안풀리는거야! 아, 모든게 다 짜증이 나려고 해.

 

에리는 속으로 화를 내며 문제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고, 노조미는 그런 에리를 보며 입을 조금씩 떼기 시작했다.

 

“에릿치…, 내가 잘못했데이. 에릿치가 싫어하는 이야기인거 뻔히 알면서 나도 모르게 해버린 것 같데이…, 미안하데이.”

“…….”

“에릿치이….”

 

노조미의 부름에 에리는 계속 무시를 하였고 결국 노조미는 울먹이며 에리를 불렀다. 울먹이는 목소리에 놀라 에리는 노조미를 바라보았고, 노조미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에리는 우는 노조미를 안아 괜찮다며 달래주었다.

 

“그렇지만, 내가… 흑, 에리치가 싫어하는…,흐윽.”

“아냐, 괜찮아. 노조미, 잠시 내가 화가 난 것 뿐이야ㅡ 이제 괜찮으니까 그만 뚝 하자. 응? 내가 별거 아닌거로 화내서 미안해, 응? 노조미이ㅡ.”

“흐윽, 아이다… 내가, 내가 말을 잘못해가ㅡ.”

“아냐, 노조미는 말 잘못한거 없어. 맞잖아, 사실상 내가 외국인처럼 생긴 것도 맞고 노조미 말이 다 맞아. 그니까 그만 울어, 응?”

“에릿치가 그 말 싫어하는거 내가 모를 줄 아나, 그것 때문에 마음 고생도 많이 한 것도 아는데 내가 실수해부렀데이. 흐윽, 미안하데이.”

 

에리는 계속해서 노조미를 달래주며 괜찮다고 말을 하였고 그렇게 한바탕 노조미가 엉엉 울고나서야 상황이 끝났다. 노조미가 잠시 세수하고 온다며 화장실로 향했고 에리는 자리에 우두커니 앉아 문제집만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 때문에 울었단 사실에 에리는 착잡해졌고, 노조미는 세수를 마치고 다시 에리 옆에 앉아 에리를 쳐다보았다. 자신의 옆에 앉은 노조미를 보며 에리는 노조미의 벌개진 눈가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살살 만지기 시작했다. 노조미는 에리가 자신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것을 느끼며 눈을 살며시 감았고 에리는 노조미의 눈가를 만지다 그리곤 노조미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노조미는 살며시 눈을 떠 에리의 푸른 눈을 바라보았고 그리곤 에리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짧은 입맞춤을 끝내고 에리와 노조미는 서로를 바라보며 푸훗 하고 웃곤 마저 공부할까ㅡ하는 에리의 말에 노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다시 둘은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 시간 즈음 지났을까 에리는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지 책상에 엎드렸다. 그리곤 공부하는 노조미의 얼굴을 천천히 보기 시작했다.

 

공부에 집중하는 노조미의 얼굴은 귀엽네. 아, 문제 안 풀리나 보다. 아하하, 귀여워ㅡ. 눈썹 찌푸린 것 좀 봐. 입술은 앙 다물면서 푸는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네. 이대로 노조미 얼굴만 바라보고 싶은걸.

 

에리는 계속해서 노조미를 바라보았고, 노조미는 자신에게 향한 눈길이 느껴져 에리를 바라보니 여전히 엎드린 채로 자신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에리에게 말을 걸었다.

 

“에릿치ㅡ.”

“응, 노조미ㅡ.”

“2시간만. 딱 2시간만 공부하믄 안되겠나?”

“에, 2시간이라니….”

“2시간만 딱 공부하고, 에릿치가 해야하는 공부 다 하믄 내가 소원 들어줄테니께 그만 내 좀 쳐다보믄 안되겠나.”

“알았어, 노조미! 딱 2시간이야!”

 

에리는 힘이 난다는 듯 엎드린 몸을 벌떡 일으켜 자신이 해야할 양을 확인 하곤 무섭도록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노조미는 집중하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다 자신도 마저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노조미는 자신의 공부할 양을 다 끝냈는지 여전히 집중하며 공부하고 있는 에리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에릿치가 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은 오랜만이려나. 매번 학생회에서 보다 이렇게 오랜만에 공부하는 모습도 보고 내가 저 모습에 반했었는데, 이리 또 반하네.

 

노조미는 에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을 무렵, 에리는 자신이 해야할 양의 마지막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곤 다 풀었다는 듯이 에리는 노조미를 의기양양하게 쳐다보는 순간 자신 과 눈이 마주쳐 놀란 노조미의 얼굴을 보았다. 놀란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다 에리는 바로 노조미에게 입을 맞추기 시작했고, 노조미는 자신에게 달려든 에리를 받아들이면서 어깨를 잡았다. 에리는 맞춘 입을 떼고 노조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 공부 다 끝냈는데.”

“으응.”

“내가 원하는거, 다 들어준다고 했지? 내가 원하는 건…”

 

 

노조미야.

 

 

 

노조미는 에리의 말을 듣고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에리는 붉어진 노조미의 얼굴을 바라보다 귀에다 뭐라 속삭이곤 노조미에게 다시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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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뎃데ㅡ데뎃데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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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새로운 시도

2015. 9. 28.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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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 비 오는 날

2015. 9. 25. 04:22
에리는 평소와 같이 학생회 일을 하며 있는 와중, 창문 밖 건너에서 똑똑 하는 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빗줄기가 조금씩 쏟아지는 것을 발견했다.아, 오늘 비 온다고 했던가.에리는 자신이 우산을 챙겨왔는지 생각을 하다 여분의 우산이 사물함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학생회 일에 몰두했다. 침묵된 학생회실에서 적막을 깬 건 에리가 아닌 노조미였다.

"아, 비가 오는 것 같구마. 모두, 우산은 챙기고 왔나?"
"앗, 지금 비 와요? 헉, 저 안가져 온 것 같은데.."
"음, 그럼 우산 안가져 온 아도 있는 것 같은디.. 여기까지만 하는게 어떻겠나, 에리치."

노조미의 말에 에리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고 학생회실에 남아있던 학생들은 먼저 가겠다 인사를 하였고, 그렇게 노조미와 에리만 남았다. 둘은 계속해서 말 없이 학생회 일만 열중했고,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이번에 적막을 깬건 에리였다.

"노조미, 먼저 가도 되는데."
"으응, 아니데이. 에리치만 남겨두고 갈 수 없지 않겠나. 더군다나 어두운거, 무섭지 않나."
"어, 어두운걸 무서워한다니..! 노조미도 참. 그런거 안ㅡ"

에리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은 채 천둥 번개가 치며 정전이 되었고 에리는 갑자기 어두워졌다는 것을 깨달은 후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몸을 움츠렸다. 노조미는 그런 에리를 보며 옆으로 가 앉아 에리의 어깨를 감쌌고, 에리는 자연스레 노조미의 품에 안겼다.

"으, 으..."
"괜찮데이, 조금있으면 불 다시 켜질테니까 조금만 이러고 있는게 낫지 않겠나."
"으응, 잠깐만 부탁할게ㅡ"

그 후로 몇 분이 흘렀을까, 불은 켜진지 오래였고 노조미의 품에 안긴 에리는 어느 새 잠이 들었다. 노조미는 그런 에리를 보며 자신의 다리에 눕히게 하였고,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에 든 에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잠든 에리치 얼굴도 오랜만이구마ㅡ 요즘 너무 무리한게 아닌가 보였는데 이렇게라도 쉬었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또 몇 분이나 흘렀을까. 눈을 번쩍 뜬 에리는 자신이 현재 노조미의 품이 아닌 허벅지에 베고있다는 사실에 당황해 상체를 급히 세웠고, 어두웠던 학생회실은 어느 새 밝아져있었다는 사실에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에 대해 부끄러워졌다.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ㅡ 나는.


"잘 잤나,에리치."

노조미의 물음에 에리는 화들짝 놀라 노조미를 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고, 노조미는 귀가 벌게진 에리의 뒷모습을 보다 피식 웃었다. 노조미는 자리에 일어나 그만 집에 가자 했고, 에리는 계속해서 노조미를 보지 못한 채 집에 갈 채비를 서둘렀다. 시간이 흘러도 빗줄기는 여전히 굵어져 내렸고 에리와 노조미는 동시에 창문을 바라보았다.

"비, 많이 내리네."
"그렇구마, 에리치는 우산 가져왔나?"
"응, 생각해보니 여분의 우산을 사물함에 둔 것 같아. 노조미는?"
"으응, 안가져왔데이. 그치만, 에리치랑 같이 쓰려고 놓고온걸지도."

작게 웃는 노조미를 바라보다 얼굴이 붉어진 에리는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노조미는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는 에리 뒤로 다가가 슬쩍 껴안았다.

"노, 노조미?!"
"에리치, 잠깐만 이렇게 하믄 안되겠나ㅡ 내 아까 에리치 잘 자라고 다리도 빌려줬는데에."
"아, 알았어. 잠깐만이야..?"

에리는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고 노조미는 에리의 등에 기대 달콤한 향을 맡으며 눈을 감았다.

에리치가 내에게 고백을 해주면 받아줄텐데. 하지만 안해주겠지. 이렇게 서로가 겁이 많은데, 이 상태가 낫지 않겠나.

노조미는 에리에게 전하지 못할 말을 마음 속으로 전한 후 뒤로 물러났다. 등에 기댄 느낌이 사라지자 에리는 뒤를 돌아봤고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 노조미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져 있는 것을 보았다.

"노조미, 너ㅡ"
"에리치, 시간이 늦었구마. 얼른 가야하지 않겠나."
에리는 황급히 떠나는 노조미를 바라보다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짐을 챙겨 노조미의 뒤를 쫓아 노조미의 팔목을 잡았다.
"노조미,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아무 일도 없구마."
"근데 왜 울려고 하는 표정인건데.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아하하, 에리치도 참ㅡ 무슨 말인지 하나도..."
"걱정되니까 그렇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울려고 하는 표정을 짓는데 걱정이 안되겠어?!"
"에리치..지금, 뭐라고..."
"아, 아..이건..그니까."
"내를, 좋아한다 캤나?"

노조미의 물음에 에리는 당황하여 입을 다물었고 노조미는 그런 에리를 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내를 좋아한다고 물었데이."
"어, 어. 좋아해. 친..구로서."

솔직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에리는 노조미를 보다 아래로 눈을 내렸고, 노조미는 에리가 거짓말 한다는 것을 알고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먼저 가겠다 말하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에리는 노조미를 붙잡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전히 창문 밖에선 굵은 빗줄기 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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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포님께 써드렸던 노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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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O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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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선선한 어느 저녁, 아야세 에리는 자신의 친구인 토죠 노조미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졸업을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오랜만에 만나자는 연락과 함께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에 에리는 기분좋은 설렘을 가지며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길을 걸었다.

노조미를 얼마 만에 보는거지, 너무 오랜만에 만나서 어색하면 어떡하지?

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을 하였고, 노조미의 집 앞에 도착을 한 후 크게 숨을 들이키며 내쉬고 초인종을 눌렀다. 노조미의 집은 여전히 고등학생 때처럼 같은 장소에 있었다. 에리는 왠지 모를 반가움에 미소를 지었고 그 때 때마침 문을 열어주는 노조미와 눈을 맞주쳤다.

“오, 에리치ㅡ 일찍 왔구마.”
“오랜만에 받은 연락인데, 늦을 수야 없지. 자, 여기 술.”

노조미에게 사온 술을 보여주며 집 안으로 들어갔고 집 안도 고등학생 때와 같아 에리 자신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게 된 것 같았다. 고등학생 때처럼 돌아간 것 같지만 식탁 위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위로 올라와있었다. 에리는 자리에 앉았고, 노조미도 뒤이어 자리에 앉았다. 둘은 마주보며 식탁 위에 올라온 술과 안주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뭔가, 에릿치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았는데 식탁 위에는 고등학생들이 먹을만한게 올라온 것 같지 않데이.”
“으응, 나도 그 생각이 들었어. 노조미 집도 졸업 이후에 오랜만에 왔었지만 고등학생 때랑 다를 바 없어서 다시 고등학생때로 돌아온 것 같던걸.”

어색하게 대화를 마친 후 노조미가 술 마시자며 에리가 사온 술을 꺼내 뚜껑을 따고 잔을 따랐다. 에리는 말 없이 술잔을 받았고, 노조미도 에리가 따라준 술을 얌전히 받아 술잔을 가만히 바라보다 술잔을 들어 에리의 술잔에 작게 부딪혔다. 둘은 채워졌던 술을 깔끔히 비워냈고, 둘은 계속해서 말 없이 안주와 술을 먹었다.

“노조미, 그.. 술은 왜.. 마시자고 연락했어?”

에리는 조심스레 노조미에게 물었고, 노조미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노조미ㅡ 에리는 말 없이 술 마시는 노조미가 걱정이 되어서 노조미의 옆으로 다가와 팔목을 잡았고, 노조미는 자신의 팔목을 잡은 에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술 마시자고 했는지 아나? 오랜만에 술도 마시고 싶고, 에릿치도 보고 싶어서 마시자고 했던기라. 에릿치가 너무, 바빠서ㅡ”
“바쁜게 아니라, 나는 노조미가 바쁜 줄 알고ㅡ 아니 이게 아니라, 노조미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이제 그만 마셔야할 것 같은데.”
“으응? 아이다, 아직 안취했는데.”


보통 취한 사람들이 안취한다고 말해, 노조미.


차마 말을 하지 못한 에리는 마음 속으로 남겨두고 혼자 마시지 말고, 자신과 마시자며 노조미의 페이스에 맞춰 에리도 끊임 없이 술을 마셨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갈 무렵, 에리는 술을 마시다 노조미를 보았고 어느 새 노조미는 헤실헤실 웃으며 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조미, 괜찮아?”
“응, 괜찮아.”


응? 괜찮아? 표준어?


에리는 노조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다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노조미, 그럼 학교 다니는 동안 연락도 잘 안하던 이유가 나 바쁠까봐 그런거였어?”
“응, 물론이지. 우리 에리쨩이 바쁜데 피해끼치면 안되니까, 안했어. 헤헤, 잘했지?”


에리쨩, 그리고 표준어.


에리는 사이비 관서 사투리를 쓰던 노조미가 어느 새 표준어를 쓰고 있는게 느껴졌을 때 노조미가 술 취하면 이런 버릇이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응, 잘했어. 그렇지만, 노조미가 연락하는 건 다 받아줄 수 있으니까 편하게 연락해도 좋아. 나는 노조미가 바쁜줄 알고 연락이 없는 줄 알았는걸.”
“으응, 안 바빴어. 오히려 에리쨩이 너무 보고 싶어서 혼났어. 새로운 학교에 적응해야할텐데 너무 내가 연락하고 그러면 에리쨩에게 피해가 갈까봐 안했는걸.”


노조미는 웃으며 에리의 어깨에 기대었고, 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노조미의 얼굴을 살펴보다 계속해서 두근거리는 심장에 의해 시선을 살며시 술잔 쪽으로 돌린 후 남아있는 술을 마셨다. 고등학생때부터 에리는 노조미를 보면 두근거리는 심장에 의해 자신이 무슨 감정인지 몰랐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땐 에리는 처음엔 인정을 하지 않았고, 노조미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말을 건네는 때마다 도망다니거나 피해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노조미가 울먹거리며 에리에게 자신이 잘못한게 있냐며 물었었고 울먹거리는 노조미를 보며 에리는 그 날 자신의 감정을 인정했었다.


아, 나는 얠 좋아하는구나.

그 후론 에리는 전보다 더 노조미에게 다가갔고, 그리고 남들에게는 친구이상 연인 미만처럼 보일 정도로 둘의 관계는 전보다 더 좋아졌었다. 에리는 옛날 생각에 잠기다 다시 현재로 돌아왔고, 자신의 어깨에 기댄 노조미를 바라보다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에리쨩, 그만 마셔. 너무 마시는 것 같은데.”
“아, 노조미. 괜찮아? ”
“응, 괜찮아. 그렇지만 에리쨩이 너무ㅡ”


노조미의 말에 웃으며 에리는 괜찮다며 대답했고, 그러다 문득 노조미가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진 에리는 노조미에게 물어봤다.


“아, 노조미ㅡ 우리 진실게임 할까?”
“진실게임?”“응, 우리 둘 다 취했다고 치고 여기서 한 진실게임은 여기서 묻는거야. 어때?”
“음, 좋아.”


좋다는 말을 들은 에리는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노조미는 계속해서 에리의 어깨에 기대다 말을 떼었다.


“에리쨩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ㅡ”


처음부터 너무 센 질문인데.


에리는 잠시 입술을 깨물다 그렇다고 대답했다. 노조미는 흐응, 하며 계속해서 뜨던 눈을 슬며시 감았고 에리는 닫았던 입을 떼고 물어봤다.

“노조미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응. 좋아하는 사람 있어.”


바로 대답하는 노조미에 의해 에리는 다시 말을 잃었고, 노조미는 누군지 궁금하지 않냐며 되물었다. 에리는 노조미를 바라보았고, 노조미는 계속해서 눈을 감은채 말을 이었다.


“여기서 묻는 진실게임이니까, 말해주는거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음 가끔은 단호하게 대할 때가 있지만 허점이 많은 사람이야. 그리고 귀엽기도 해.”


우미, 인가.


에리는 노조미의 말을 듣고 아랫입술을 깨물기 시작했고 노조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야.”
“노조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구?”
“응.”


누구,인걸까.


에리는 계속해서 아랫입술을 깨물며 노조미가 좋아하는 사람을 추리하려했고, 노조미는 이제 자신의 차례라며 에리에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다정한 사람이야. 그리고ㅡ”


에리의 말은 멈춰졌고,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는 눈을 감은 채 다가와 입을 맞춘 노조미가 보였다. 그리고 닿았던 입술을 떼고 감았던 눈을 떠 당황한 에리의 얼굴은 본 노조미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해.”
“어?”


지금 자신의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가 잘 안간다는 듯 에리는 노조미를 계속해서 보았고, 노조미는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누군지 바로 말 안해줬지?”
“으응.”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여기 눈 앞에 있는데, 그 사람은 모르는가보네.”
“그게, 무슨소리야ㅡ 눈 앞에 있는 사람? 나?”
“응.”


단호하게 대답한 노조미를 바라보다 에리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고, 다시 한 번 물어봤다.


“정말 날 좋아하는거야, 노조미?”
“에리쨩은 너무 의심이 많네. 그렇ㅡ”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한 채 노조미는 자신의 볼을 잡아 입을 맞춘 에리를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고, 둘은 오랫동안 입을 맞추다 떼었다. 에리는 다정하게 노조미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잘해줄게, 노조미. 잘 부탁해, 연인으로서.”
“나도 잘 부탁해, 에리쨩.”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 그 때 노조미가 날 좋아한다고 말 안했으면 아직도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
“후후 그러게, 아 에릿치 그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
“응? 뭘?”
“사실 그 때, 에릿치가 너무 답답해서 술 취한척 한기라.”
“어? 뭐라고?”
“에릿치가 날 좋아하는 것도 알고, 내도 에릿치를 좋아하고 있는걸 알고있는데 여러번 에릿치에게 고백아닌 고백을 했었는데 에릿치가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나.”
“아...?”

그러고보니 노조미가 고등학생 때 뜬금없이 좋아한다고 그랬었는데, 설마 그 때도?

“노조미, 그럼 나한테 뜬금없이 좋아한다고 했을 때도 고백한거였어?”
“응, 물론이제. 그걸 듣고 얼굴이 붉어진 에릿치가 참 귀여웠었는데~”
“노,노조미!”
“후훗, 지금도 에릿치는 귀엽다 안카나. 그나저나 에릿치ㅡ”
“응?”
“오늘, 술 마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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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퐁님께 써드렸던 노조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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